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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어컨수리 여름에 몰리는데"…경직된 주52시간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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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제도 개선 한목소리

업무 특성따라 일감 쏟아져도
선택근로 적용기간 한달로 제한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려야
◆ 주52시간 확대 시행 1년 ◆

"창의성에 기반한 업무는 근로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고 중장기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고객 수요 관련 신속한 대응도 필요해 예상치 못한 집중근로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탄력·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이 짧아 근로시간에 제약이 생깁니다. 관리자들은 납품 기한을 못 맞출까 늘 전전긍긍이죠."

전자업체 A사 관계자 이야기다. 주 52시간 근로 제한 이후 재계에서는 탄력·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이 많은 기간에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업무량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의 총 근로시간 범위에서 근로자가 자유로이 근로시간을 조절하는 제도다. 하지만 단위시간(탄력근로제 6개월)과 정산기간(선택근로제 1개월)이 짧고 도입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적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는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주 52시간제를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개발 목표 시점이 정해지면 납기를 지키기 위해 연구인력이 집중적으로 일해야 할 때가 있다"며 "선택근로제를 적용하더라도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는 부족해 이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자제품 수리기사의 작업시간과 작업량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계절성을 타기 때문에 AS 요청 중 대부분이 여름에 이뤄진다"며 "수리할 제품 물량이 많아지는 시기에 일시적으로라도 근로시간을 유연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정기보수나 공장 신·증설 기간만큼은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석유화학 업체들이 경직된 제도를 준수하려다 정기보수 기간이 길어지면 매출 차질은 물론이고 주요 산업의 기초소재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3~6월 석유화학 업체들의 정기보수 기간 당시 전국 곳곳에서는 탄산가스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중소 제조업체들은 탄산가스가 없어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고 대형 식음료 업체도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데 차질을 겪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평상시 4조3교대 근무가 일반적이어서 주 52시간제에 따른 영향이 작지만 설비 신증설 때는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며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들은 매년 한 달에서 두 달가량 대대적으로 시설 보수에 들어가는데, 하루만 정비기간이 늘어나도 수십억 원대 매출 차질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우리나라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과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최대 1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박윤구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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