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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TSMC회장 만나 칩4 논의…한국 `선택의 시간` 조여온다

이승훈,권한울 기자

이승훈,권한울 기자

입력 : 
2022-08-03 19:28:35
수정 : 
2022-08-04 07: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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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반도체안보` 고차방정식 직면한 韓

화상면담 갖고 오찬에도 동행
美현지 반도체공장 증설 협의

中견제하는 칩4 동맹 현실화땐
반도체굴기 중국 반발 불보듯

韓반도체 수출중 中비중 60%
美中 반도체갈등 불똥 가능성
칩4 외면하면 장비·기술 차질
◆ 美 하원의장 순방 파장 ◆

사진설명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등 의회 대표단이 탑승한 미 공군 C-40C 전용기가 3일 저녁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만을 방문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류더인 회장을 만났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놓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대만의 '삼성'으로 불리는 TSMC를 미국의 서열 3위 인사가 직접 만난 것이다.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류 회장과 화상을 통해 만나 미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주최한 오찬에서 장중마오 TSMC 창업자와 류 회장 등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미국이 대만을 필두로 한국 일본까지 포함한 4개국 간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다. 중국을 반도체 판매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둔 한국 기업에 갈수록 함수가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류 회장과 만나 최근 미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을 설명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 간 회동은 반도체가 미국 경제나 안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TSMC는 반도체 제조에만 특화된 전문기업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 1위를 자랑한다.

펠로시 의장은 TSMC와 면담하면서 '칩4 동맹' 얘기를 꺼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대만과 함께 구축하려는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커젠밍 의원은 "펠로시 의장은 TSMC의 미국 투자에 감사의 뜻을 밝혔고 류 회장은 투자를 늘리기 위해 바라는 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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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는 미국과 생산 강국인 한국·대만, 소재·부품·장비 역량을 갖춘 일본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중국을 확실하게 견제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이 뛰어난 우방과 연합해 미국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선언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미국에는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TSMC는 지난해 1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5나노공정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인 이 공장은 2024년 준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투입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현재 용지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에 엉뚱하게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502억달러로 무려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을 포함하면 6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30%가 넘는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절반을 시안공장이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메모리 공장, 충칭에는 패키징 공장,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다. 미·중 반도체 충돌에서 우리가 미국 편을 들 경우 대중 수출과 현지 생산 등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고 칩4 동맹을 외면하고 우리가 반도체로 자립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장비·소재·기술 대부분을 미국과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다수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통제하기만 해도 국내 기업 생산은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다양한 견제 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반도체법을 통과시킬 때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혜택을 받은 기업이 중국 등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승훈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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