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이 모씨는 요즘 매일 두세 개씩 오는 택배를 받느라 분주하다. 군에 있는 아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산 물건들이다. 이씨는 "아들 택배가 몰려오면 '휴가 나올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한다"면서 "휴가 나와서 입을 옷이랑 복귀할 때 가져갈 화장품과 수험서, 소설책 등 별의별 물건이 다 온다"며 웃었다. 3일 KB국민카드가 나라사랑카드 발급 회원의 최근 3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입대 후 장병들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군대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되고 장병 월급이 오르면서 '온라인 쇼핑족'이 늘어난 영향이다. 장병들은 입대 직후에는 지출을 35% 줄였다가 복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씀씀이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KB국민카드는 군 입대 전후와 복무 기간별, 업종별 소비 이용 행태를 분석했다.

주요 지출처를 보면 입대 후에는 오프라인 사용처가 한정되면서 식당이나 편의점, PC방 지출이 급감하고 온라인 쇼핑몰 이용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류·신발, 화장품·보디·헤어 제품은 입대 전보다 입대 후 지출이 더 많았다. 디지털 소품과 교육·도서 등 구매 비중도 소폭 증가했다.

복무 기간 전체로 보면 전자상거래 업종은 입대 전에 비해 월 이용 건수는 13%, 월 이용 금액은 23% 증가했다. 입대 직후인 1~2개월에는 전자상거래 이용 건수가 96% 증가하는데 월 이용 금액은 25% 감소했다. 3~8개월이 경과하면 건수는 20% 줄어드는 대신 금액은 11% 늘어났다. 이후에도 월평균 전자상거래 이용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입대 이후 9~14개월 시점에 카드 결제액은 17%, 15개월 이후에는 약 90% 늘었다.

급여가 올라간 것도 쇼핑이 늘어난 원인이다. 현재 장병들 월 급여는 50만~60만원대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주목된다. 입대 후 1~2개월 시점에는 월 카드 이용 건수가 18% 늘고, 이용 금액은 35% 줄었다. PX 등에서 소액으로 자주 돈을 썼다는 의미다. 반면 3~8개월이 되면 입대 전보다 월 이용 건수는 18%, 월 이용 금액은 12% 늘었다. 9~14개월이 되면 이용 건수와 금액이 각각 23%, 16% 증가했다. 소위 '제대 말년'인 15~18개월이 되면 월 이용 건수는 41% 증가하고, 월 이용 금액도 입대 전 대비 80% 늘어나면서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무 기간 카드 결제 10건 중 4건(37%)은 PX에서 사용됐다. 전체 이용 금액으로 보면 37%를 차지한다. PX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시기는 입대 후 3~8개월이었는데, 전체 이용 건수의 46%를 차지하고 이용 금액은 44%까지 높아졌다. 전체 카드 이용 금액은 입대 후 3개월 이상부터 증가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품목 중 의류·신발 이용 금액 비중을 보면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3~8개월에 27%, 9~14개월에 30%, 15~18개월에는 32%로 꾸준히 늘었다. 휴가와 제대를 준비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 이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도서, 음반·악기 등 품목도 입대 전에 비해 이용 건수가 늘었다.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그룹 관계자는 "장병들은 군 생활 중에도 학습과 독서, 자기 관리 등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를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분석 작업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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