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사회

명동에 돌아온 외국인…희망도 함께 왔다

한상헌 기자

입력 : 
2022-12-30 17:32:10
수정 : 
2022-12-30 19:59:59

글자크기 설정

식당·상점 외국인 관광객 북적, 명동역 이용객 53% 급증
비었던 상가 속속 채워져 … "경기 어렵지만 재도약 기대"
사진설명
3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내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침체됐던 명동 상가들은 최근 방역 조치 완화 등으로 관광객이 다시 조금씩 늘어나며 이전의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30일 낮 서울 중구 명동. 중앙을 가로지르는 쇼핑거리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이후 처음 맞는 연말 분위기에 들뜬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명동 유명 맛집에는 점심을 먹기 위한 손님들이 식당 밖에서 40~50명씩 줄을 서 있다. 인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연말 쇼핑을 즐기러 온 인파가 행렬을 이뤘다. 쇼핑거리 곳곳에선 비어 있던 가게를 다시 개장하기 위해 막바지 공사를 하는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명동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김봉환 라온 대표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고객 수나 매출이 50% 정도는 회복한 것 같다"며 "매출이 전혀 없던 당시와 비교하면 간신히 숨통이 트인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동 거리엔 특히 일본과 미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여행을 온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레코드 가게에 방문한 태국인 파운드 씨(19). 자신을 K팝 팬이라고 소개하며 가족과 함께 명동을 찾았다. 그는 "한국 여행 기간 9일 중 4일을 명동에서 보낼 예정"이라며 "음식점, 쇼핑몰 등 많은 가게가 몰려 있어 방문하기 좋다"며 "붕어빵, 돼지껍데기 등 한국 음식이 특히 맛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유령도시'로 전락했던 명동 상권이 서서히, 하지만 뚜렷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쇼핑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공실률도 상당폭 줄어들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늘면서 직원 부족을 겪는 점포도 나올 정도다. 세밑 소비 한파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적어도 명동은 코로나19 당시에 비해 상당 부분 활기가 돌아왔다고 현지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임대 문의'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어둔 공실 상가도 곳곳에 보였고, 외진 골목 쪽은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어서 과거의 명성을 완전히 되찾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명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 방역 조치가 완화된 이후 쇼핑객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절반 정도 수준은 된다는 게 이들이 체감하는 수치다. 유동인구 증가는 지하철 승하차 인원에서 확인된다. 서울시 지하철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월 명동역 지하철 승하차 인원은 161만4491명으로 전년 동기(105만2572명)보다 53%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7만6986명)에 비하면 유동인구가 완전한 회복세라고 보기 어렵지만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기엔 충분하다. 실제로 성탄절과 연말 특수 기간을 고려하면 12월엔 이보다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관광정보센터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도 올해 11월까지 49만2767명으로 전년 동기(5만7077명)보다 무려 8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명동 관광정보센터는 외국인 방문객 1만2801명이 찾았다. 명동 관광정보센터 전체 방문객(1만5747명)의 81%를 차지할 만큼 외국인 방문 비중이 높았다. '명동=외국인 쇼핑 천국'의 위상을 점차 되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계속 상승했던 명동 지역 상가 공실률도 다시 꺾이는 추세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명동 상가 공실률은 올해 3분기 45.8%를 기록했다.

명동 지역 일부 자영업자들은 다시 밀려오는 손님에 '구인난'을 겪기도 한다. 직원을 구하기가 힘들어 사장이 직접 주방일을 본다거나 가게 안을 12~16시간씩 지키는 경우도 흔했다. 한 명동 지역 음식점 사장은 "한국 사람을 고용해도 일하기가 힘든 60·70대 노인분들이 지원한다거나 젊은 사람들을 고용해도 힘든 일은 전혀 안 하려고 하고 금방 그만두는 일이 잦다"며 "외국인 노동 인력도 아직까지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명동 상인들은 코로나19 당시 거리 상황이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 등 방문객이 줄어들자 엄청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김봉환 라온 대표는 "빚이 계속 쌓이면서 카드론까지 끌어모으며 버텼다"면서 "앞으로 2~3년 정도 다시 일해야 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태은 명동 카페 '유아히어' 대표는 "월세가 3000만원인데 코로나19 당시 하루 매출이 40만원인 적도 있었다"며 "당시 카페와 거리에 아무도 없어 너무 텅텅 비고 황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명동 상인 60여 명은 코로나19 이후 '명동상인연합회'를 만들어 힘을 모으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유미화 명동상인연합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엔 워낙 잘되니까 상인들이 뭉칠 생각을 못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시절을 함께하면서 협의회가 발족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동성당 안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기부를 시작으로 봉사활동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안간힘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31일과 1일에 하루 40명씩 구청 직원을 배치해 인파 밀집도 모니터링, 차량 통제 등을 수행한다. 노점 상인들이 모인 명동복지회에선 자율 정비단을 만들어 현장 단속원과 합동 순찰도 실시한다. 31일엔 노점상 감축 운영에도 들어간다.

[한상헌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