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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중국해 일촉즉발 … 中, 美정찰기 6m 근접 위협비행

신윤재 기자

강계만 기자

입력 : 
2022-12-30 17:16:41
수정 : 
2022-12-30 18: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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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투기 도발 나흘 만에
괌 인근까지 항공모함 보내
유사시 미군 전개 차단훈련
"동북아는 21세기 화약고"
에스퍼 전 美국방장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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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 말 듯 지난 21일(현지시간) 남중국해 공해 상공에서 중국 해군 J-11 전투기가 미국 공군 RC-135 정찰기에 매우 근접하게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를 비행 중인 미국 정찰기에 20피트(약 6m)까지 근접하면서 미국 정찰기가 회피 기동을 했다고 미군이 밝혔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난 21일 공해 상공에서 작전 중인 미국 공군 RC-135 정찰기가 중국 해군 J-11 전투기의 위험한 비행으로 위협받았다면서 이를 공개했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RC-135 기수 앞과 20피트 이내에서 안전하지 않은 비행을 했으며, RC-135가 회피 기동을 해 충돌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RC-135는 남중국해 공해 상공에서 합법적으로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면서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개방되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법에 따라 앞으로도 공해와 공해 상공에서 항해와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국가가 국제법을 지키며 공해와 상공을 안전하게 누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투기가 미국 등 서방 군용기에 위협 비행을 한 것은 이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앞서 중국 전투기 Su-30은 지난 6월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수송기 C-130을 위험하게 막기도 했다. 호주군 초계기도 지난 5월 중국 전투기의 근접 비행을 목격했다.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던 캐나다 공군 초계기도 중국 전투기의 위협을 받았다는 보도가 지난 6월 나온 바 있다. 당시 중국 전투기는 캐나다 공군 소속 CP-140 오로라 초계기 근처로 60여 차례 접근했는데 이 가운데 20여 차례는 두 항공기 간 간격이 6m 정도까지 근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군 전투기의 위협 비행이 발생하고 며칠 뒤 중국군은 항공모함을 동원해 미국령 괌 인근까지 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랴오닝함 전단은 태평양에서 훈련을 마친 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서태평양으로 남진했고, 괌 서쪽 해역에서 머물다 26∼27일에 걸쳐 돌아갔다. 괌은 전략폭격기와 핵 잠수함 등이 주둔하는 미군의 서태평양 군사 거점이자,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랴오닝함의 이번 괌 주변 진출은 대만 부근에서 중국이 최근 실시한 대규모 훈련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군이 대만 유사시 괌에 주둔한 미군 전력의 전개를 차단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양안 갈등,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를 거론하며 "굳이 북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동북아시아는 현재 '21세기 지정학적 화약고'가 됐다"고 지적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 동안 아시아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중국이 군용기 72대를 동원해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전개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중 1%에서 5년 뒤 2%로 두 배 증액하기로 발표했고 이는 정말 큰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수백 개의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을 생각해보라"며 일본 평화헌법에 대한 근본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대만 역시 군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고, 징집병 월급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며 "많은 일이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동북아는 지정학적으로 21세기 화약고"라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심지어 여기에 남북한 문제는 거론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다음달 정상회담 직전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열고 미군이 평시에도 일본 내 군기지와 공항, 항만 등을 이용하기 쉽도록 하는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최근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해 2027년까지 방위 예산을 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반격 능력에 대한 공동 대처계획 책정도 확인할 예정이다. 대만이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맞서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에스퍼 전 장관은 대만의 군비 증강을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하면서 "전체 지정학적 질서를 위협하는 중국의 침략에 맞서 확고한 방어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신윤재 기자·워싱턴/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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