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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내년 건설사 30여곳 부도날 수도…우량 사업장은 금융지원해야"

연규욱 기자

입력 : 
2022-12-29 17:17:33
수정 : 
2022-12-29 1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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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인터뷰
올해 건설업계 최악 '3중고'
건자재값 급등·부동산 침체
돈맥경화, 쓰나미처럼 덮쳐
종합건설사, 협력社 100여곳
내년 상반기 줄도산 우려 커져
"분상제·재초환 규제 확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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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건자재값 급등과 고금리로 피어난 위기의 불씨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은 아직까지 불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계에 큰 상처만 남긴 채 끝난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지금도 시한폭탄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매일경제는 건설업계가 체감하는 현장의 위기를 들어보기 위해 우리나라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만났다. 그는 내년에는 30개 이상 건설업체가 도산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설업계 경영 상황이 심상찮은데.

▷현재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나 금융 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계속 해나가고 있지만, 올해 건자재값이 약 20% 올랐다. 인건비도 7~8% 올랐다. 관 공사는 어느 정도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이 가능하지만 민간 공사, 특히 신탁사에서 배정받은 공사들은 전혀 그런 게 없다. 공사는 마쳐야 하는데 큰일이다.

―금융조달 경색도 문제 아닌가.

▷레고랜드 파장이 엄청나다. 지금 회사채 리턴이 안 된다. 롤오버(부채 상환 연장)도 안 된다. 사줄 사람이 없다. 자금 상황이라는 게 기업 경영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만 나도 해당 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이 안 된다. 기존 대출을 조기에 회수해 가기도 한다. 더욱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부도가 나기 전까지는 힘들다는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건설업체는 PF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공사비 급증으로 시공할수록 적자가 나고,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부담하는 현 상황에서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 수준이 아닌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내년 상반기엔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이 안되거나 사업성이 없는 게 아니라 '돈맥경화' 때문이다. 1군 건설사가 채권을 8% 금리 이상으로 발행해도 아무도 안 살 정도로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 이를 민간이 사줘야 하는데, 최근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아무도 안 산다.

내년 상반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때까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만기 PF 규모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 담보(부동산)만 있으면 금융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담보 가치가 계속 떨어지니 금융권에서도 겁이 나서 안 빌려준다.

―건설업계 줄도산 얘기마저 나온다.

▷알고 있겠지만 얼마 전 경남지역 건설사의 최종 부도가 있었다. 경남지역의 중견업체로 지역 내 도급순위가 18위였던 업체였음에도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맞게 됐다. 업계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무거운 마음이다.

종합건설사 하나가 부도나면 그 밑에 하도급업체, 협력업체까지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나 같은 작은 회사(한림건설)도 협력업체가 100여 개인데, 대기업은 수백 개가 연쇄 부도가 날 것이다. 내년엔 종합건설사가 30개 가까이 부도가 날 것이다. 더 날 수도 있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미분양이 조금이라도 해소돼야 건설업체의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다주택자 규제 완화 같은 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집을 사서 덕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서울도 미분양이 나고 있다. 더 떨어질 것이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손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우량 사업장에 돈을 빌려주는 대대적인 금융지원이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규모가 엄청나다. 우량 사업장들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내년 주택시장을 어떻게 예측하나.

▷내년에도 주택시장은 힘들 것으로 본다. 향후 5~6년간은 어려울 것이다. 주택은 국민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 수요가 100개인데 공급이 101개만 되도 안 팔린다. 반대로 공급이 100개인데 수요가 101개만 되면 팔린다. 그만큼 민감한 시장이다. 지금은 공급은 100개인데, 수요는 30개밖에 안 된다.

더 떨어질 것이란 생각 때문에 거래가 안 이뤄진다. 급한 사람이 팔아야 하는데 살 사람이 없는 것이다. 사실 내년 하반기쯤에 이 사태가 왔어야 한다. 그런데 레고랜드발 PF 사태가 1년을 앞당겨 버렸다.

―주택시장 정상화에 필요한 것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공급 측면에서의 과도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공공택지 추첨 공급 기준(적격성 평가지표)도 완화해야 한다. 적격성 평가지표는 벌떼 입찰 근절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효과보다는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건설업계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해낼 것으로 자신한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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