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비전·3가지 원칙에서 시작된 이날 인태 전략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지역 내에서 앞으로 중점을 두고자 하는 9개 과제로 마무리됐다. 9개 과제에는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 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첨단 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맞춤형 개발 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이 포함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발표한 인태 전략에서 "우리가 다음 10년 동안 어떤 공동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중국이 인도·태평양과 세계를 이롭게 해온 규칙과 규범을 변형시키는 데 성공할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중국을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현상 변경 세력으로 간주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중국을 포용한 한국판 인태 전략에 대해 "미·중 갈등은 한국 외교에 분명한 전략적 도전"이라며 "하지만 대중 전략에서 한국이 규칙 기반 질서라는 원칙을 명확히 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큰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인태 전략 보고서에는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표명돼 있다. 정부는 포괄 안보 협력과 관련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며 인태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긴요하다"고 재확인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쿼드(Quad)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앞으로 신흥 기술·기후변화 등 초국경 안보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나토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쿼드와의 협력 기반도 점차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해군 함정 등 군수물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은 역내 중요한 현안인 남중국해 등 해양안보 문제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은 한국 정부가 인태 전략을 발표한 직후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한국이 역내 안보와 번영에 대한 우리 공동의 약속을 반영함으로써 새로운 인태 전략을 채택한 것을 환영한다"며 "인태 전역의 기타 동맹과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한국의 목표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고 핵 비확산을 촉진하려는 우리 공동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의 리더십에 감사하며, 미국과 우리 파트너들이 자유롭고 평화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한국의 새 전략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예경 기자 / 박윤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