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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내수 곤두박질에 놀란 中 … 코로나사망 폭증에도 국경 빗장 풀어

이유진 기자

권한울 기자

입력 : 
2022-12-27 17:44:18
수정 : 
2022-12-27 20: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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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위드코로나로 방역 전격 전환
11월 中소매판매 5.9% 급감
車판매도 전달보다 7% 후퇴
확진자 증가에도 방역 완화
성장률 확 끌어올릴지 의문
중국인 보복여행 늘어날 듯
홍콩~상하이 여행 검색 10배
◆ 中 제로코로나 마침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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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바이윈공항에 입국한 여행객들이 격리시설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6일 해외발 입국자 시설 격리 의무화 조치를 다음달 8일부터 전격 폐지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입국자 격리를 전격 폐지하면서 '위드 코로나'의 마지막 관문을 급하게 넘어선 배경에는 올해 하반기 받아든 부진한 경제 성적표가 있다. 중국 경제의 주요 버팀목이었던 수출과 투자가 휘청이는 가운데, 14억 내수시장마저 위축되자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연임 치적으로 '감염병 통제'를 꼽았을 정도로 제로 코로나 고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결국 경기 부양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옌중 외교관계협의회(CFR) 글로벌보건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여행제한 완화는 제로 코로나의 끝을 알리는 신호"라면서 "이제 당국은 질병 통제보다 경제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 전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코로나19 감염 정점을 지나 집단면역이 완성된 후 점진적으로 방역을 완화했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다. 보건당국이 25일부터 일일 통계 발표도 중단해 중국에서 전체 확진자 수를 가늠할 수 없으나, 대만 중앙통신사 등은 "이달 20일까지 중국 인구의 17% 이상인 2억4800만명이 감염됐다"는 통계를 보도한 바 있다.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이달 초 제로 코로나 폐지 이후 주요 투자은행에서는 중국 성장전망치를 앞다퉈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리오프닝을 실행해 회복세가 강할 것"이라며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4.0%에서 4.3%로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5.0%에서 5.4%로 상향하며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우선하고 있으며 환율이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동력이 빠르게 살아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노무라는 "수출이 부진하고 부동산 회복도 더디다"면서 내년 전망치를 5.1%에서 4.3%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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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입국자 격리 폐지를 가장 반기는 곳은 관광업계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비자 신청을 확대하고, 중국인의 해외관광도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홍콩에서는 26일 저녁 트립닷컴과 씨트립에서 중국발 항공편 검색이 전주보다 521% 늘었다. 특히 상하이와 베이징에 대한 검색량은 각각 10배, 7배 늘었다.

외국도 '큰손' 중국 여행객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태국여행사협회는 내년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300만~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 연간 1100만명이 방문했던 태국 1위 관광객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30일부터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 전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계기는 지난 15일 발표한 소매판매 지표가 가장 큰 경고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소비했는지 나타내는 이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5.9%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지난 5월 상하이 봉쇄 때문에 11.1% 하락한 이후 2~5% 선을 유지했는데, 11월(-0.5%)에 마이너스로 반전했고, 이달에는 하락폭마저 크게 벌어졌다. 고가품 소비 심리도 꺾이기 시작했다. 올해 1~10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1450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마저 약세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CAAM)는 11월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전월 대비 각각 8.2%, 7.1% 줄었고, 전년과 비교해서도 7.9% 줄었다고 밝혔다. 산업활동이 활발한지를 가늠하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지난 9월 50.1로 50(50 이상이면 경기 낙관)을 간신히 넘은 이후 두 달 연속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경기 침체는 제로 코로나로 인해 소비심리가 약화되고 빈번한 봉쇄로 기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데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공산당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로 코로나를 폐지하고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늘리겠다고 전격 발표한 셈이다.

관건은 중국이 방역 완화 조치 이후 백신접종률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공공위생수칙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이유진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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