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증권

기업 '돈맥' 뚫린다 … 한전채 금리 두달새 2%P 급락

강봉진 기자

원호섭 기자

입력 : 
2022-12-22 17:38:10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자금시장 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온 한국전력 채권 발행금리가 두 달여 만에 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전채 입찰 마감 결과 2년 만기는 4.15%에 3000억원이, 3년 만기는 4.45%에 1600억원이 낙찰됐다. 연초 2%대였던 한전채 발행금리는 9월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 직후 급등해 10월 28일 입찰 당시에는 2년과 3년 만기 발행금리가 각각 5.9%, 5.99%까지 치솟았다. 당시 투자자의 응찰금리는 6%를 넘어섰지만 채권 발행액을 조절하며 사실상 발행금리를 5%대로 유지한 측면이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0월 14일 국고채 29억원어치를 매입한 고액 자산가 A씨의 평가금액은 21일 기준으로 32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매매차익만 고려한 수익률은 7% 선이다. 10월 18일 한전채를 19억원어치 매수한 투자자 B씨 역시 현재 평가금액은 20억4000만원으로 수익률 2%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자까지 고려하고 연으로 환산하면 세전 수익률은 20% 수준으로 높아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로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수익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전채 발행금리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10월 28일 최고 5.9%에 발행된 한전채에 투자한 투자자들 수익률 역시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안정적인 한전이 고금리 상품을 발행하면서 많은 자산가들이 대거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0월 28일 발행된 한전채에 투자했다가 현재 만기수익률(YTM)인 4.64%에 매각했다고 가정할 때 평가차익만 따져도 연 환산으로 14.6%에 이른다. 여기에 이자까지 고려하면 연 환산 수익률은 20.5%(세전)에 달한다. 22일 발행금리(4.15%)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이자까지 고려한 연 환산 수익률은 26.3%(세전)까지 높아진다.

사진설명
연말 채권시장 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연초 자금 조달을 위한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기업은 포스코(신용등급 AA+), LG유플러스(AA), KT(AAA), 신세계(AA) 등이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롯데케미칼 보증, AA+), 롯데제과(AA)에서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기업 구조조정·부실채권 전문기업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AA)도 내년 1월 700억원 규모 채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한 증권사 투자금융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시장이 좋지 않아 채권 발행을 미뤘던 기업들이 상황이 다소 나아지자 일찌감치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 같다"면서도 "건설업종과 (신용등급) A급 기업은 여전히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기업 중심, 상대적으로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차별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화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 조치 중 채권시장을 꼽으며 국고채·지방채·한전채 발행 물량 축소, 발행 시기 조절 등을 통해 시장 안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회사채 투자 시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하이일드 펀드가 저신용 채권(BBB+ 이하)을 45% 이상 편입하면 분리 과세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거시경제 안정성 관리와 민생 회복 대책 등이 다수 나열됐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이라며 "국내 잉여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한 것으로, 내년 초까지 미국 금리 인상이 이어지겠지만 이번 대책은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는 모두 롯데건설(A+)과 태영건설(A)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과 한기평은 중견 건설사인 한신공영(BBB+) 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한신평은 이달 중순 동부건설(BBB)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내린 바 있는데, 시간을 두고 건설사에 대한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셈이다.

[강봉진 기자 / 원호섭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