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이병철 배우기' 열풍
진양철 회장(이성민)은 반도체를 그룹의 새 먹거리로 점찍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 한참 뒤처진 기술력 탓에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진 회장이 묘수로 내놓은 것이 바로 영진반도체 인수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지 않을 만큼 새우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손자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JTBC 금~일요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 속 진 회장은 여러 장면에서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을 연상시킨다.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 일컬으며 임직원들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반도체를 키운 사람이 바로 이병철 창업회장이다. 초밥을 먹다가 주방장에게 "밥알이 몇 개냐"고 묻는 드라마 속 장면도 호암 일화에서 따왔다.
최근 MZ세대(2030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드라마 속 사건과 인물이 이 창업회장과 이어지면서 호암이 재조명받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암 일화가 올라오고,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호암자전' 판매도 급증했다.
실제로 16일 교보문고와 YES24에 따르면 최근 '호암자전' 판매 순위가 '역주행'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호암자전은 이 창업회장이 삼성이란 그룹을 어떻게 일궜는지에 대한 내용과 그의 경영철학이 담긴 책이다. 교보문고에선 드라마 방송 직후 한 달여간 책 판매량이 직전 한 달여간(10월 22일~11월 17일) 판매량보다 6.9배 늘었다. YES24에서도 방송 전인 11월 3주 차 경제경영 부문 판매 상위 100위 밖에 있던 '호암자전'이 이번주에는 3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호암 배우기' 바람이 불면서 이 창업회장이 본인 호를 따서 만든 호암미술관에도 덩달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창업회장은 33세 때부터 30여 년간 그림과 도자기를 비롯한 각종 미술품을 수집했다. 이후 이 수집품을 보관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1982년 호암미술관을 열었다.
현재 재단장 중인 호암미술관은 내년 4월 김환기 회고전으로 문을 연다. 리움미술관의 '영원의 노래'와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의 '여인들과 항아리' '우주' 등 김환기 명작 90점을 볼 수 있는 전시다. 특히 상대적으로 사람들 관심이 적었던 1930∼1960년대 초반 반추상 시기의 작품과 자료가 전시된다.
[이새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