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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서울까지 미분양 공포…건설사들 "공사비 회수만 해도 다행"

이선희 기자

정석환 기자

입력 : 
2022-12-16 17: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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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성장 쇼크 ③
둔촌주공·장위자이 부진에
청약시장 한파 더 거세져
입주 시작한 단지도 초비상
당첨자들 "기존 집 안팔려
입주 하고 싶어도 못해"
세입자 못구해 전세물량 쌓여
◆ 한국 저성장 쇼크 ◆
사진설명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약 시장 침체와 함께 입주율 하락에 따른 '잔금 대란' 우려까지 커지면서 건설업계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청약 당첨자 발표가 진행된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전용면적 49㎡C, 84㎡D, 84㎡F 3개 유형은 당첨 가점이 아예 공개되지 않았다. 모든 청약 신청자가 예비 당첨자에 포함되면서 청약 가점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88가구 모집에 나선 전용 84㎡F는 1·2순위 해당·기타지역에서 277건의 신청이 몰려드는 데 그쳤다. 모집가구 5배수를 채우는 데 실패하면서 모든 신청자가 예비 당첨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단지는 '국민 평형'으로 꼽히는 전용 84㎡에서 20점으로 당첨된 신청자가 나왔다. 최저 당첨 가점이 급락한 상황에서 모든 신청자가 예비 당첨자에 포함될 정도로 청약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청약통장 무용론'과 함께 미분양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일반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10대1 정도 나오면 미분양이 30%가량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뿐만 아니라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역시 청약 경쟁률이 부진했던 만큼 서울 역시 미분양 공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인데, 이 지수는 지난 10월 122.7에서 11월 131.4를 기록하는 등 3개월간 계속해서 상승했다. 이달 초 전남 함평군에 공급되는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는 이틀간 진행된 특별공급과 1순위에서 단 한 건도 접수하지 않는 등 미분양 공포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분양을 하든, 안 하든 부담인 상황"이라며 "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청약 시장 관심이 사라지면서 지방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이거나 입주를 시작한 단지들도 비상이다. 기존 주택이 안 팔리거나 세입자를 못 구해 입주를 못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잔금을 받아 공사비를 회수해야 하는 건설사로선 미분양 물량 증가와 함께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 '유승한내들 퍼스트파크'는 지난 11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전세 물량이 쌓여 있다. 이 단지는 총 676가구 규모로,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 매물만 716가구가 넘는다. 중복 매물을 감안하더라도 전세 물량이 소진되지 않아 매물이 쌓이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기존 집이 팔려야 이사를 오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도 기존 집이 안 빠지다 보니 못 들어오고 있다"며 "잔금대출을 받아서 입주하려는 사람들도 기존 집이 안 팔려 입주하지 못하고 전세를 내놓았는데, 전세가 쉽사리 빠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1월 전국 입주율은 66.2%로 전달 대비 6.3%포인트 하락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고금리로 인한 대출비용 부담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미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입주 물량 증가로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더 큰 고민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탓에 국내 규제 완화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침체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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