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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월 "내년 금리인하 계획 없다"… 긴축완화 기대에 찬물

진영태 기자

입력 : 
2022-12-15 17:20:32
수정 : 
2022-12-16 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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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마지막 FOMC 빅스텝 … 내년 최종금리 5%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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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매파본색'을 드러내며 내년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아직 갈 길이 남았다"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3.75~4%에서 4.25~4.5%로 올리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결정과 함께 '분기별 경제전망(SEP)' 자료를 발표했다.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은 5.1%라는 수치다. 이는 연준 위원들이 내년 말 예상 금리 중간값으로 제시한 것이다. 지난 9월 FOMC 때 발표된 4.6%에서 무려 0.5%포인트나 상향 조정된 수치다. 지난 6월 전망한 수치는 3.8%였다. 40년 만에 맞이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이날 FOMC 위원 19명 중 4.75~5%를 선택한 위원은 단 2명에 그쳤다. 10명은 5~5.25%를 예상했고, 5.25~5.5%는 5명, 5.5~5.75%는 2명이었다. 19명 중 17명이 5% 이상으로 예상한 것이다. 당초 월가에서는 내년 최종 금리가 5%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연준이 주목하는 미국 물가 인상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최근 두 달 연속 둔화돼 7.1%까지 떨어졌음에도 연준 위원들이 더 강한 긴축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10~11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압력이 줄어들었음을 보여주지만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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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3년에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설문 결과인 SEP를 언급하면서 "SEP에는 없다"고 못 박았다.

연준은 내년 미국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9월 2.8%에서 이달 3.1%로 0.3%포인트 올렸다. 또 2024년 예상치는 2.3%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2%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결국 내년까지는 '피벗(방향 전환)'은 어려운 셈이다.

파월 의장은 "역사적 경험은 너무 이르게 통화 정책을 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며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정책 스탠스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갈 길이 좀 더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지난 11월 회의에서의 "갈 길이 멀다"는 표현보다는 완화된 의미로 해석했다.

그는 또 "지금은 금리 인상 속도보다 최종 지점이 중요하다"며 "제약적인 수준에서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긴축을 고집하는 이유로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3%대 실업률과 임금 상승 흐름이 있다. 파월 의장은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상품 물가 상승률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노동시장이 매우 과열돼 있다"며 임금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경계했다.

연준이 예상한 내년 실업률은 4.6%다. 또 내년 국내총생산(GDP)은 0.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전망치인 1.2%보다 하향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 기간 저성장과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면서도 "가장 극심한 고통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실패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완전히 고통 없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고 밝혔다.

연준의 매파적 의지에 내년 2월 FOMC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됐다. 다만 파월 의장은 "(향후) 들어오는 데이터에 기초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다음 회의 때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게 과도한 긴축 위험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추가 감속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물가가 잡히고 있는데도 연준이 매파적 성향을 보이자 혼란스러운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가 내년 말 3.9%, 2024년 말 2.6%로 내려갈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시장이 예상한 적정 금리 중간값 4.8%를 초과하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연준 위원들 의견이 얼마나 일치된 것인지 주목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장은 여전히 내년 하반기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연준을 믿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선 금리가 연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제프리 래커 전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기준금리가 6~8%까지 오를 수 있으며 7%가 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과 유로존도 이날 줄줄이 빅스텝을 밟았다.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영국 금리는 3.5%, 유럽중앙은행(ECB) 금리는 2.5%로 모두 2008년 12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는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연준이 전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한 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종전 4.25%에서 4.75%로 즉시 올린다고 발표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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