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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시아의 환자' 전락한 한국 … 내년 1%대 저성장 터널 눈앞

김정환 기자

입력 : 
2022-12-14 17:36:09
수정 : 
2022-12-14 19: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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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개발銀, 내년 성장률 2.3% → 1.5% 하향
◆ 한국 저성장 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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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직격탄에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에 빠질 것이 유력한 가운데 생산성이 추락하며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파격적인 기업 규제 완화와 생산인구 증대 등 처방이 선행되지 않으면 한국이 아무리 돈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경제가 자라나지 않는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잇달아 내년 한국 성장 눈높이를 낮추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낮은 1%대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내년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쓰나미 충격이 가해져 저성장 쇼크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14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지난 9월 내놨던 2.3%에서 0.8%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이는 앞서 전망치를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등 주요 기관에 비해서도 더 낮다. 1%대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위기(-0.7%)에 이어 가장 낮은 전망치다. ADB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은 세계 경제 둔화,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 부문 약화로 기존 전망치보다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달 발표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1%대로 하향할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위기에 강한 한국 특유의 경제 복원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기저 효과를 감안해도 큰 폭인 11.5%의 성장을 일궈냈다. 환란 이후 5년간 평균 성장률은 7.3%에 달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도 마찬가지다. 0%대 성장 이후 2010년 국내총생산(GDP)은 6.8% 늘었고 이후 5년간 평균 3.9%의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역성장 이후 지난해 성장률은 4.1%로 반짝 반등했지만 올해 2%대 중반, 내년에는 1%대 중반으로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와 비교해 내년 설비투자(-2.0%→-3.1%), 민간소비(4.7%→2.7%), 상품수출(3.4%→0.7%), 취업자(82만명→9만명) 등 대부분 경제 부문이 둔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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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이 급격하게 소진되고 있다는 게 저성장의 근본 원인이다. 이날 매일경제가 OECD 장기 성장 전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10~2020년 3.09%에서 2020~2030년 1.89%까지 줄어든 후 2050~2060년에는 -0.03%로 마이너스가 된다. 2001~2005년 잠재성장률이 5.1%였다는 데 비춰보면 불과 20여 년 사이에 경제 체력이 반 토막 난 후 역성장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 정체가 성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과 총요소생산성(기술 개발·경영 혁신 등 무형 효과)으로 구성된다. 한은에 따르면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2.0%로 추정되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0.9%포인트)이 1%포인트 이내에서 정체되며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즉 돈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 경영 혁신 등이 약해지며 한국 장기 성장률이 깎여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가 혁신을 막고 있다"면서 "규제를 풀어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되 나쁜 짓을 하면 사후에 강력한 처벌을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락하는 생산성을 떠받치기 위해 '신(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미래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미래 첨단 분야와 디지털 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보 등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연구개발(R&D), 금융, 글로벌 협력, 인재 양성, 규제 혁신 등 지원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도 저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0~2020년 연평균 0.55%씩 성장했던 한국의 잠재생산가능인구는 △2020~2030년 -0.21% △2030~2040년 -1.1% △2040~2050년 -1.41% △2050~2060년 -1.39%로 가라앉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연내 범부처 종합대책을 발표해 저성장 위기에 대응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날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인구위기대응 전담반(TF) 3차 회의를 주재하며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 잠재력 약화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외국 인력 유치 규제를 완화하고 중장기 이민 정책 추진 방향을 마련하며 고령자 계속 고용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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