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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세 17억 단독주택 보유세 올해 372만원 → 내년 312만원

정석환 기자

이희수 기자

입력 : 
2022-12-14 17:35:10
수정 : 
2022-12-14 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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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14년만에 인하 … 내년 보유세 계산해보니
◆ 단독주택 공시가 하락 ◆
사진설명
내년 표준 주택가격이 공시가 현실화율 하향 조정에 따라 14년 만에 떨어졌다. 사진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집을 포함한 고가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전경. <박형기 기자>
정부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표준 단독주택 및 토지 공시가격 하락 방침을 정하면서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하가 즉각적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14일 국토교통부의 '2023년 전국 표준지·표준주택 공시지가' 발표에 따르면 서울 중구 충무로 1가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용지(면적 169.3㎡)는 내년 ㎡당 공시지가가 1억741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조사됐다. 올해 공시지가 1억8900만원보다는 7.9% 떨어진 수준이다.

네이처 리퍼블릭 용지는 2004년부터 20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이 용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돼 명동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공시가격이 8.5% 떨어진 이후 2년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땅값 2위는 중구 명동2가의 명동금융센터 용지로 2023년 공시지가는 ㎡당 1억727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대비 7.9% 떨어진 수준이다. 과거 유니클로 용지로 쓰였던 명동역 CGV 빌딩이 ㎡당 공시지가 1억653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CGV 빌딩의 내년 공시지가는 올해 대비 7.40% 떨어졌다. 공시지가가 하락하면서 내년 보유세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실거래 시세 17억원인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14억3520만원에서 내년 12억8010만원으로 낮아진다. 해당 주택의 보유자가 1주택자이면 80%의 세액공제를 받아 납부해야 할 보유세는 올해 372만3000원에서 내년 312만5000원으로 60만원가량 줄어든다.

국토부가 공개한 초고가 주택 역시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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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단독주택 중에서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이 8년 연속 공시가격 1위를 지켰다. 이 회장 자택의 내년 공시 가격은 280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공시가격 311억원 대비 9.87% 떨어졌다.

매일경제신문이 김형철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세무팀장에 의뢰해 2023년 표준지·단독주택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명희 회장 자택의 내년 보유세(1주택자·세액공제 없는 경우 가정)는 올해 5억2887만원에서 4억6101만원으로 12.8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면적 2861.8㎡ 규모인 이 회장 자택은 2016년 표준 단독주택 편입 이후 계속해서 공시가격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인 이해욱 DL 회장의 삼성동 자택은 올해 2억9656만원에서 내년 2억4373만원으로 17.81% 낮아진다. 이태원동의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도 2억4970만원에서 2억1278만원으로 14.78%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세무팀장은 "표준지나 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포함해도 현재 윤석열 정부 내에서 보유세가 급격하게 오를 분위기는 아니다"며 "부동산 시장에는 좋은 여건이 열렸지만, 보유세 부담으로 다주택자들이 정리하려고 했던 물건들이 실제 시장에 풀릴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표준지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용지의 경우 내년 보유세는 1억5654만원으로 올해 1억3979만원 대비 10.70%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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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일대 상권이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 ㎡당 순영업소득은 2만1500원으로 직전 분기 7만6800원 대비 72%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오르면 상인들 부담이 더 커지는 만큼 정부에서 공시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명동금융센터 용지는 보유세가 올해 4억6331만원에서 내년 4억1778만원으로 9.83% 줄어들 전망이다. 명동역 CGV 빌딩 역시 내년 보유세가 2억7116만원으로 올해 대비 11.5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내년 4월 발표할 정부의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도 모두 하향 조정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인 주택 거래 활성화와 가격 상승 반전을 이뤄내기는 제한적일 수 있다. 알짜지역 매각 고민은 낮아지겠지만 이자부담이 과거보다 급증했고 거래와 관련된 취득·양도소득세의 다주택자 중과 이슈로 주택을 자주 사고팔거나 추가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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