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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진도 감수" 증권사 현금 쟁탈전

김명환 기자

강민우 기자

원호섭 기자

입력 : 
2022-12-13 17:50:29
수정 : 
2022-12-13 22: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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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B·DLB 발행 폭증, 약정금리 8% 넘기기도
회사채 경색 여파…연말 자금확보 경쟁 '과열'
◆ 연말 자금조달 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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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돈가뭄에 내몰린 증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6~8%에 달하는 고금리 금융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막히고 단기 기업어음(CP)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일부 증권사는 역마진까지 불사하고 현금 확보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지만 생존을 위해선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1조1644억원이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액이 11월에는 3조394억원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발행액이 각각 1785억원, 626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5배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발행액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총 6923억원이었던 DLB는 올해 같은 기간에 4조128억원이나 발행됐다. ELB와 DLB 발행액을 합하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449%나 급증했다.

ELB와 DLB는 주가지수나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채권과 결합한 금융상품이다.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중도상환하지 않으면 원금 손실 우려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권사들이 ELB와 DLB 발행을 폭발적으로 늘린 것은 회사채나 CP에 비해 자금 조달이 쉽기 때문이다. 특히 키움·대신·교보·현대차증권 등과 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고금리 ELB 발행에 뛰어든 상태다.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조건 충족 시와 미충족 시 금리 차를 적게 만들어 마치 채권이나 CP처럼 발행하고 있다"며 "시중 금리가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채권 발행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말에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금 쟁탈전이 벌어진 것도 ELB와 DLB 발행량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자금 이동이 벌어지면서 이를 유치하기 위해 ELB와 DLB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비사업자인 다올투자증권은 연 8.5%, 키움증권은 연 7.4%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ELB 발행이 과열되면서 '코스피200 수익률 100%' '삼성전자 주가 1000만원' 등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금리를 확정한 상품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연말을 넘긴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악화가 벌어지면 또다시 자금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며 "생존을 위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명환 기자 / 강민우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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