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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더 뚜렷해진 '물가정점' 신호 …"美 내년 금리인하" 전망 나왔다

진영태 기자

입력 : 
2022-12-13 17:49:47
수정 : 
2022-12-13 23: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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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美CPI 7.1% 전망치 하회
에너지·식료품값 안정 추세
1년후 인플레 전망 지표
두달만에 5.9% → 5.2% 뚝
소비자물가 6월부터 진정세
"전망대로면 S&P500 랠리"
물가 상승률은 꺾였다지만
높은 임금·임대료 '불안요소'
◆ 美 인플레 분수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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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금리 인상의 속도조절론과 조기 금리인하론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고강도 긴축 정책이 시장의 물가를 잡아가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른 긴축 완화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실업률과 높은 임금 상승률이 내년 물가상승률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CPI는 7.1%로 시장 기대치 7.3%를 하회했다. CPI가 두 달 연속 예상치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던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긴축 완화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0월 수치는 시장에서 8%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7.7%가 나왔고, 지난달에는 7.3%를 예상했지만 7.1%가 나오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예상치의 CPI가 발표되자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장을 예고했다. 다우지수 선물과 나스닥 선물을 주식시장 개장 전부터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국시간 오후 10시 40분 기준 다우 선물은 2.52%, 나스닥 선물은 4.23%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5%대로 낮아진 점과 함께 연준의 방향 전환이 빨라진다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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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2일(현지시간)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를 통해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이 지난달 5.2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5% 초반대 물가 상승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전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94%로 1개월 새 0.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6월 올해 최고치인 6.78%를 기록한 뒤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뉴욕 연은이 조사한 3~5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향세를 보였다. 3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10월 3.11%에서 지난달 3%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4%대에서 2%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2.3%로 직전달(2.4%) 대비 소폭 하향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대로 잡은 만큼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연준 기대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 연준은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이 멈추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뉴욕 연준이 설문한 결과 추후 1년간 휘발유 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4.7%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목표치와는 아직 차이가 크지만, 직전월(5.3%)보다 낮아졌다. 미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1갤런(3.8ℓ)당 3.262달러로 나타났다. 한 달 전 평균인 3.783달러보다 0.521달러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월께 120달러를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지난달까지 90달러에서 오르내렸지만 이달 들어선 70달러 초반대로 떨어졌다. 이외에 식료품 가격 예상치도 한 달 새 9.1%에서 8.3%로 내려왔다. 집값 하락 전망이 높아진 점도 기대인플레이션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1년간 주택 중위가격 변동률은 1%로 예상됐다. 전월(2%) 대비 크게 줄었고, 2020년 5월(0.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다만 집값 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택임대료(렌트비)는 1년간 상승률 전망치가 9.8%로 직전월 기록한 9.9%에서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또 가계소득 증가 예상치는 4.3%에서 4.5%로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3%대 실업률과 임금 인상 추세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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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타 마르코우스카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고 얘기하지만 미래 전망에서는 몇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임대료와 임금 상승률 조정 여부까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CPI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CPI는 올해 6월 전년 대비 9.1%로 정점을 찍은 뒤 7~9월 8%대로 내려왔고, 10월에는 7.7%로 둔화됐다. 큰 그림에서 완화에 의미를 두는 분석가가 있는 반면, 2%대 물가 상승 목표와는 괴리가 큰 만큼 강한 긴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칼 리카돈나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PI는 현재 8% 수준에서 내년 중반이면 4%로 급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존 매클레인 브랜디와인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PI가 나오기 전에는 예단할 수 없다. 투자자들이 연착륙이라는 잘못된 안정감에 빠져 있다"며 "연준은 금방 금리를 내리지 않고 긴 흐름으로 가져갈 것"이라면서 투자 경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르코우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지금부터 6~12개월 후 어디에 있을지 생각할 때 정말로 임금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CPI가 예상치와 같이 안정화되면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략이 정당화되며 시장에서는 내년 말 금리 인하를 기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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