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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린 돈 생각나 더 독하게"… 10% 이자에도 다시 느는 '빚투'

김제관 기자

입력 : 
2022-12-13 17:17:36
수정 : 
2022-12-13 19: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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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연중최저 약세장인데
신용거래융자 늘어 17.3조로
주요증권사 대출금리 두자릿수
빚투 비중 높은 한미글로벌
한달새 33% 급락해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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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약세에 투자자들이 돈을 빼내고 있지만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빚투'는 오히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지난달 증시가 반등할 때 10%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9일 기준 45조7452억원으로 1일(49조6547억원) 대비 7.87% 하락했다.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올해 1월 70조원이 넘었으나 올해 증시 약세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 10월에는 50조원 선마저 무너졌다. 지난 7일에는 46조95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0년 7월(47조7863억원)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계좌에 남겨둔 돈으로 증시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거래하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이달 들어 늘어났다.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3352억원으로 1일(17조960억원) 대비 1.4% 상승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증시 약세로 1월 21조6729억원에서 10월 16조756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17조1340억원으로 반등하며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올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17조3000억원대를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증시가 지난 10월 외국인 순매수 전환에 힘입어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높은 이자율과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신용거래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10월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덕분에 반등세를 보이자 빚투가 늘어난 것"이라며 "특히 현재 불안정한 증시 상황, 높은 수준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등을 감안하면 올해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10월 외국인 순매수 전환은 차이나 런(글로벌 투자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달 들어 증시 상승세가 꺾이면서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됐다. 최근 증권사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연 10%를 넘어섰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1일부터 지점·은행 연계 개설 계좌인 경우 90일 초과 신용융자부터, 비대면 개설 계좌인 경우 60일 초과부터 10%대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나증권도 지난달 초부터 최하 등급인 '그린' 등급에 해당하는 고객 가운데 은행 연계·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경우 31∼90일 신용융자에 10.0%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90일 초과에는 10.5% 금리를 받고 있다.

빚투를 주로 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도 투자자들의 부담을 더욱 늘리고 있다.

코스피에서 신용융자잔액 비율이 10.09%에 달하는 세방의 경우 주가는 이날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13.6% 하락했다. 신용융자잔액 비율이 9.46%인 한미글로벌 주가도 같은 기간 33% 급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신용융자잔액 비율이 12.49%로 가장 높은 빅텍 주가가 최근 한 달 동안 11.67% 떨어졌다. 신용융자잔액 비율이 11.58%인 현대에버다임 주가도 같은 기간 12.01% 하락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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