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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중대법 결함 많아, 정부가 피해 최소화"

양연호 기자

박인혜 기자

입력 : 
2022-12-12 17:52:06
수정 : 
2022-12-12 22: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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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장 만찬서 강조
"현재 국회 상황 녹록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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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5단체장과 만찬을 하면서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 기업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경제단체에 "법 자체에 결함이 많다"면서 "고의적인 과실이라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 입법을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사안이라도 최대한 해서 재계의 요청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현재 국회 상황이나 여야 지형 자체가 녹록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기업이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지우도록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중대재해가 고의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과도한 처벌을 감당해야 한다며 반발해왔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뜻을 밝혀온 상황이어서 향후 행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을 위해 취할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여러 참석자에 따르면 재계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과 관련된 내용은 물론 세액공제와 최저임금제, 노란봉투법, 투자 관련 이슈 등 다양한 이야기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중점적으로 당부했고, 경제단체에서는 지난 정부 5년간 통과된 각종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철회 혹은 수정을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처음에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였는데, 좀 분위기가 풀리면서 경제5단체장이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건의를 했고, 윤 대통령도 이를 주의 깊게 들었다"면서 "한 경제단체장은 일주일 전부터 대통령에게 건의할 내용을 정리하느라 혼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일괄적으로 적용돼온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제단체장은 "법정 최저임금을 지역적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어렵지만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가능해 상시적으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축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쓴소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축구협회가 배당금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며 "축구협회에는 광고협찬금과 같은 적립금이 많은데,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포상이 너무 적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께서) 그런 언급을 하시긴 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6강 진출로 약 170억원(1300만달러)을 배당받았다. 이에 대표팀 26명에게 1명당 최대 2억700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 100억여 원은 협회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만찬 사흘 뒤인 12일 공교롭게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사재 20억원을 들인 추가 포상 계획을 발표했고, 선수 1명당 포상금은 최대 3억4000만원까지 늘었다.

일각에서는 축구대표팀 만찬 때 정 회장이 초청받지 못한 것을 두고 이 같은 내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양연호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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