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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 대학 용적률 1000% … 상아탑에 '마천루' 세운다

이희수 기자

입력 : 
2022-12-12 17:50:24
수정 : 
2022-12-12 22: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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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대학 캠퍼스 안에 실험·연구·창업 공간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한다.

첨단기술 산학협력 공간 등을 확보하고자 사실상 용적률 제한이 없는 '혁신성장구역'이란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운동장이나 녹지 지역의 용적률을 이 구역에 끌어와 쓸 수 있다. 서울시는 그럼에도 공간이 부족하면 조례를 개정해 대학 용적률을 현행 대비 1.2배 늘려줄 방침이다. 이 경우 용적률이 상업시설 수준인 1000%로 높아져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하다.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 기자설명회를 열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 협력 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대학에 과감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로운 개념인 혁신성장구역·시설을 도입하겠다. 대학의 필요에 따라 캠퍼스 내 시설 또는 구역 단위로 지정할 수 있다"며 "혁신성장구역은 사실상 용적률의 제한이 없는 곳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성장구역의 핵심은 운동장이나 녹지같이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곳의 용적률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운동장이 위치한 지역의 용적률이 200%라면 이만큼을 혁신성장구역에 끌어올 수 있다. 대학 곳곳에서 용적률을 가져올 수 있어 사실상 용적률 제한이 없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혁신성장구역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비오톱 1등급지' 용적률도 다른 구역으로 이전할 수 있게 했다. 비오톱 1등급지는 특별한 보호 가치가 있는 생물이 서식해 개발이 제한된 구역을 일컫는다. 이곳은 건물을 짓는 게 어려워 용적률이 많이 남지만 지금까지 다른 구역으로 이전해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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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구역은 대학이 지정을 요청하면 서울시가 심의를 진행한 후 최종 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늘어난 면적을 창업, 산학협력, 이공계 연구개발(R&D) 공간으로 쓰겠다는 설득력이 있어야 우리도 (구역 지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운동장이나 녹지 지역이 애초 적어 혁신성장구역에 용적률을 끌어와도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사례가 생기면 아예 조례를 바꿔 대학 전체 용적률을 현재보다 120% 늘려줄 계획이다. 혁신성장구역으로 지정된 데다 전체 용적률까지 오르면 상업지역 수준인 용적률 1000% 건물도 생길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자연경관지구'에 대한 규제도 조금 풀어준다. 자연경관지구는 자연 보호를 위해 개발을 제한한 구역이다. 이곳에선 건물 높이를 최고 7층(28m)까지만 지을 수 있다. 현재 서울 시내 대학의 약 40%가 자연경관지구 규제 대상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현황 분석을 실시해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경우 높이를 완화해 8~10층도 지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날 대학의 용적률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건 서울에 있는 54개 대학이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식의 요람을 넘어 창업과 기술혁신 거점으로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에 서울시가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전향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시내 대학의 98%는 자연녹지, 제1·2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다. 대부분이 용적률 200% 이하인 저밀 용도지역인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에 있는 54개 대학 가운데 약 30%인 16개 대학은 이미 용적률의 75%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양대, 홍익대, 중앙대, 성신여대 등 9개 대학은 용적률의 90% 이상을 쓰고 있어 신축이나 증축을 위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 방안에 따라 70% 이상 사용하던 대학 용지의 용적률을 1.2배 늘리면 최대 연면적 53만㎡가 추가로 확보된다. 서울시는 늘어난 면적에 창업 공간, 산학협력 공간, R&D시설을 5대4대1 비율로 확충할 경우 연간 9140억원의 매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조1800억원의 투자 유치와 2만38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제시된 '비욘드 조닝' 정책이 처음으로 구현된 것이란 의미도 있다. 비욘드 조닝은 땅의 용도를 주거·상업·공업용으로 엄격하게 구분하기보다 복합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풀어주는 정책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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