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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기업 직원들 "지금도 투잡 뛰는데, 수당 2배 특근 없앤다니"

고재만 기자

입력 : 
2022-12-12 17: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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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우성에도 … 추가연장근로 이달말 일몰
◆ 中企 주52시간 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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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 71곳, 300여 명의 회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특근이 많은 중소조선업계는 근로자의 73%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임금이 줄었습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생계 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느라 삶의 질이 나빠졌습니다."(경남 거제 소재 조선기자재 업체 관계자)

"30인 미만 영세기업은 8시간 연장근로제라도 있어야 부족한 인력을 조금이라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가 일몰돼 없어지면 사업 존폐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구경주 이플러스 대표)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오는 31일 일몰을 앞둔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는 일몰이 연장 또는 폐지되지 않을 경우 대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12일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으로 영세기업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6단체장 만찬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일몰이 예정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지난해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된 주 52시간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에 1주 8시간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허용해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강행된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과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며 "당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사라지면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사람을 뽑지 못해 납기 준수는 고사하고 사업 존폐마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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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성문 씨(50)는 "식당은 인력 채용도 어렵고 갑작스러운 인력 이탈도 허다해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면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직원 입장에서도 추가로 8시간을 더 일하면 기본수당의 2배에 달하는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금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내년부터 폐지될 경우 사업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영세기업이 대다수인 건설정비업계는 최근 최저임금과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현상 유지도 어려워 그나마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업종 특성상 고된 작업 환경으로 인력난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없어지면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질 텐데 별다른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미경테크의 이기현 대표는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에서 1년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며 "1년 단위로 하면 성수기 때는 더 일하고, 비수기 때는 덜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중소기업 근로자도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존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며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 52시간이 전면 적용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근로자들도 연장수당이 줄어 불만인 상태"라며 "연장근로체계 유연화를 위한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5~29인 제조업체 4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도래 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업체가 7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사라지면 의도치 않게 범법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일몰 도래 시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일감을 소화하지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가 가장 많았다. 이어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및 인력 부족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생산성 하락 및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계약 배제'(20.8%) 등 순이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행정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30인 미만 중소기업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역부족이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면서 "당장 올해 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인 만큼 일몰 폐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중기중앙회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안 간담회를 열고 △주 52시간제 유연화 △관급시장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수도권 접경지역에 산단 조성 시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완화와 사전인증제 신설 △중소기업 외부감사 부담 완화 등 5건의 중소기업 현안을 논의했다. 김기문 회장은 "올해가 마무리되기 전 중기 현안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원활히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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