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공백 후폭풍
낮은 수가·분쟁 위험에 기피
강원·제주대병원 지원자 '0'
"밤 당직 다음날 외래 다반사"
소아청소년 전공의 없는 병원
내년 32%, 2024년 60% 예상
낮은 수가·분쟁 위험에 기피
강원·제주대병원 지원자 '0'
"밤 당직 다음날 외래 다반사"
소아청소년 전공의 없는 병원
내년 32%, 2024년 60% 예상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상급종합병원 규모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건 그만큼 의료계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국 소아청소년과 정원 199명 중 지원인력은 33명에 불과하다. 전체 정원 중 17%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내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을 채운 병원은 서울아산병원·강북삼성병원 두 곳뿐이다. 서울대병원은 정원 14명 중 10명을,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정원(6명)의 절반(3명)만을 채웠다. 지방으로 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순천향대천안병원·강원대병원·제주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2019년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전국 기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올해 27.5%로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낮은 의료 수가와 의료 분쟁 위험 등이 전공의가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전체의 3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이 비율이 60%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안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방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교수들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밤에 당직을 서고 다음날 외래 진료를 보며 버틴 지가 벌써 2~3년이 돼간다"며 "이런 상태로 1~2년은 더 버틴다고 해도 어떻게 10년, 20년을 버틸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의료계는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교수도 "정부에서 특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게 하는 등 제도화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를 소아청소년과로 유도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 어린이병원 적자 보상안 등 연내에 대응 방안을 확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주연 기자 / 신유경 기자 /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