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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설비투자 21조 늘릴 기회인데… 한국만 법인세 '역주행'

김정환 기자

박윤균 기자

입력 : 
2022-12-12 17:44:21
수정 : 
2022-12-12 1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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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법인세율 비교해보니
美·英·日등 주요 20國 인하경쟁
3%P 내리면 장기세수 19조 '쑥'
해외 법인서 103조 유입도 기대
한국 법인세율 5년간 상승폭
룩셈부르크 이어 OECD 2위
尹 "법인세법 반드시 처리돼야"
사진설명
기업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국가들은 법인세를 낮춰 공격적으로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자본은 세금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흐르는 속성이 있다. 기업이 역내에 있어야 투자와 고용도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국이 잇달아 세금을 내리는데 한국은 유독 세금 인상 '역주행'에 나서며 투자 매력을 스스로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38개 회원국 중 법인세율을 내린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20개국에 달했다. 호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11개국은 세율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 그리스, 포르투갈 등 7개국은 거꾸로 세율을 올렸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2018년부터 과표 3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며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올랐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24.2%에서 27.5%까지 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에서도 11위에 올라있다. 미국(25.8%), OECD 평균치(23.2%·지방세 포함)는 물론 대만(20.0%), 홍콩(16.5%), 싱가포르(17.0%) 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특히 OECD 가운데 법인세 과표구간이 4단계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체 경제 규모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2019년 기준 4.3%로 38개국 중 6위에 달한다. 한국보다 비율이 큰 나라는 룩셈부르크(5.9%), 노르웨이(5.9%), 칠레(4.9%), 호주(4.7%), 콜롬비아(4.7%) 등 5곳에 불과하다. 한국은 최근 5년 새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이 1.3%포인트나 뛰어 룩셈부르크(1.6%포인트)에 이어 상승 폭이 2위에 달할 정도로 세 부담이 빠르게 늘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1%대 저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영하권에 빠졌는데 세금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3.1%로 올해(-2.0%)에 이어 2년 연속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경기 '마중물'을 붓기 위해서라도 현재 국회에 올라 있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매일경제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법인세율이 설비투자와 고용, 세수에 미치는 장기 영향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 낮아지면 설비투자는 11.9%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설비투자액이 180조4000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21조5000억원의 투자 증가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홍콩(16.5%) 수준까지 세율을 내리면 설비투자 증가효과는 39.7%(7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해외법인이 보내오는 배당금이 늘며 최대 103조원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할 전망이다. 이번 법인세법에 해외법인 배당금을 비과세(익금불산입)해 국내로 자금이 들어오는 물길을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최근 41년간(1980~2021년) 한은 국제수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이 지분을 쥐고 있는 해외법인 유보금은 지난해 902억달러(약 118조원)나 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세법 통과 시 이 가운데 785억달러(약 103조원)어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2018년 해외 배당소득 과세 방식을 비과세로 바꾼 후 다국적기업이 보유했던 해외 유보금 가운데 78%가 역내로 되돌아왔고 2009년 배당소득을 비과세로 전환한 일본도 기업 해외 유보금의 95%가 환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 주요국 사례에 비춰보면 미국과 일본의 중간 수준(87%)으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가정해도 100조원 넘는 자금이 잠재적으로 한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 주요국은 해외 자금을 역내에 유치하기 위해 대부분 해외배당 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OECD 중 32개국은 해외 배당 비과세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해외 배당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부분적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한국, 칠레, 콜롬비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유달리 높은 한국 법인세 부담은 전체 조세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 글로벌 조세정책 싱크탱크인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OECD 38개국 가운데 12위(71.8점)였던 한국의 세금 경쟁력은 올해 25위(64.1점)로 13단계 추락해 아일랜드(-19단계)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평균 16위권인 법인세 경쟁력이 올해 34위로 빠르게 무너지며 전체 점수를 깎았다.

정부는 내년 경기 마중물인 법인세법 국회 통과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하며 법인세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위해 각 부처가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는 특정 기업에 혜택이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며 "중소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면 투자가 늘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고 주주배당이 확대돼 경제 전체가 선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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