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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2020년 이후 자취 감췄다… 코스피 '산타랠리 실종사건'

문일호 기자

입력 : 
2022-12-09 16:16:14
수정 : 
2022-12-09 20: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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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연말 증시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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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3일부터 2020년 1월 3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1446억원, 107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연도 주식시장 마지막 5거래일과 그 다음 해 첫 2거래일을 합친 7거래일을 '산타랠리' 기간으로 부르는데 '어른 개미'는 '산타'를 믿은 셈이다. 개인은 2019년 산타랠리 기간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코스피 종목에 2257억원을 투입했다. 연말 성과급 등 월급 외의 수입을 아낌없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유명 주식에 투자한 것이다. 이때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세를 유지했다. 코스피 종목을 각각 685억원, 2739억원 순매도했다.

기관들은 산타랠리를 '북클로징' 기간으로 받아들인다. 북클로징은 회계 연도 장부를 마감·결산한다는 뜻이다. 손익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산타랠리 기간을 역이용해 주식이나 채권 비중을 크게 줄이고, 해당 매니저는 휴가를 떠나버린다.

기관의 매도세에 2019년 산타랠리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1.24%에 그쳤다. 산타랠리라는 용어가 무색했다. 연초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을 받아든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2~3월 '코로나19 쇼크'까지 맞이하며 수익률이 급전직하한다. 최선호주 삼성전자마저 연초 대비 3개월 새 20% 하락하면서 충격을 줬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풀면서 엄청난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몰렸고, 2019년 말 매수한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말 45% 오르는 역대급 시장을 맞게 된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경험'은 삼성전자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이어졌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현금이든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투자)'이든 이 주식만 사놓고 버티면 오른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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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정점은 2020년 말~2021년 초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기세 좋게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이 이 주식에 더 몰렸다. 개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조432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직전연도 산타랠리 순매수 금액의 10배 수준이다. 산타랠리 여세가 연초까지 이어지면서 2021년 1월 8일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인 8만8800원을 완성한다. 장중 주가가 9만원도 찍고 내려오면서 이른바 '8~9층(8만~9만원)에 물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2021년 연중 3.3% 하락하자 개인들은 해당 산타랠리 기간에는 다른 주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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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플랫폼 네이버(2464억원), 카카오(1200억원)를 주로 매수했다. 그러나 두 주식은 전 세계 긴축과 금리 인상 속에서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했다. 올 들어 5일까지 주가는 반 토막이 나버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성장주의 주가는 미래 현금흐름을 금리 수준으로 할인해 현재 가치를 매긴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니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는 성장주를 마냥 담을 수 없었다. 기관은 이런 방식으로 주가의 높낮이를 가늠한다. 작년 산타랠리에도 이런 관점에서 기관들은 코스피 종목을 1조182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의 순매도 목록엔 각각 1000억원 순매도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포함돼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이 꺾이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종목 실적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다. 네이버의 2021년 영업이익은 1조3255억원으로, 2020년 대비 9.1% 증가했다. 카카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0.5% 증가한 5949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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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은 이 같은 지나간 실적 성장세만 보고 산타랠리 기간에 과감한 베팅에 나섰지만 2022년 실적이 꺾이면서 주가가 미리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3236억원(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으로, 전년 대비 0.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광고와 온라인 쇼핑, 클라우드, 웹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매출은 늘어나는데 비용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최근 3개년을 돌아보면 산타랠리 기간 코스피는 두 번(2019·2021년) 내리고 한 번(2020년)만 올랐다. 산타랠리라는 말이 무색하다. 개인은 이 기간에 해당 연도 실적이 좋은 종목을 주로 담았다가 그다음 해에 실적이 꺾이면서 손해를 보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산타랠리라는 단기간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연도 전체의 수급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외국인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실적까지 같이 턴어라운드하는 종목이 그 대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이다. 외국인은 2018년 LG화학에 대해 연간 5890억원어치 순매도하다가 2019년 865억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2020년 LG화학 주가는 연간 수익률이 무려 165%였다. 당시 LG화학 실적은 석유화학 사업이 잘나가는 가운데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전환됐다. 2020년 4분기 당시 LG화학에서 분사되기 전 사업부서였던 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1100억원대였다. 올해 3분기 이익이 5000억원이 넘었으니 상전벽해 수준의 실적 개선이다.

같은 방식으로 내년 대박주를 찾으려면 외국인 매수세와 실적 턴어라운드가 동시에 이뤄지는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좁히면 된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의 외국인 매수세와 향후 실적,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을 분석했다.

올해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은 58개다. 이 중 작년까지 순매도였다가 올해 순매수로 돌아선 종목은 31개로 추려진다. 여기서 올해보다 내년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이면서 배당수익률이 올해 기준으로 1%가 넘는 곳은 7개 종목이다. 높은 영업이익률(수익성)로 주목받는 곳은 강원랜드인데, 지난 3분기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66만명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분기 방문객 수의 85%까지 회복한 수치다. 특히 중국이 내년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고 전면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예상 영업이익률은 올해 20.3%에서 내년 28.5%까지 높여 잡고 있다. 당연히 외국인은 2021년까지 강원랜드 주식을 대거 팔다가 2022년 정반대로 2000억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기아는 당분간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될 심산이다. 기아는 외국인의 올해 순매수 금액이 5000억원이 넘으면서 현대차(1879억원)에 앞서 있는데 영업이익률과 배당수익률에서도 현대차를 압도하고 있다. 아우가 형보다 비싼 차를 팔면서 수익성이 더 높게 나왔다. 현대차의 판매량 기준 주력 차종은 '아반떼'인 반면, 기아는 '스포티지'다. 스포티지가 더 비싸기 때문에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앞선다. 기아의 배당수익률은 올해 5.06%로 3%대인 현대차보다 주주환원에 더 신경을 쓴다. 증권사들이 기아를 배당주로 꼽는 이유다.

올해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4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터지기 전인 2021년에는 외국인이 427억원 순매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방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어 내년이 기대되는 방산주다. 한화그룹은 한국의 '록히드마틴'(미국 방산기업)이 되기 위해 지난 9월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2조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한화는 그룹 내 찢어져 있던 방산 부문을 통합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몰아주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마친 바 있다. 대우조선의 군함과 잠수함 건조 능력까지 가져오면 한화는 육·해·공 방산 사업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 1%대 배당수익률이 아쉽지만 내년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6%대로 올라선다. 수익성 개선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 들어 37% 상승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내내 고전했다. 석유화학 기업은 유가가 뛰면 원가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하락한다. 게다가 계열사 롯데건설 지원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 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지난 10월 5000억원을 빌려주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 내년 1월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수소 등 친환경 사업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 부담에 계열사 지원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지난 3분기 말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 가능 자산)이 10조원에 달해 건전성은 높은 편이다. 외국인도 신사업 추진 기대감에 작년 순매도에서 올해 순매수(690억원)로 전환했다. 올해 롯데케미칼은 고유가로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내년에는 6581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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