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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천만 페이코' 서명키 유출 알고도 넉 달간 쉬쉬했다

서정원 기자

입력 : 
2022-12-05 17:56:43
수정 : 
2022-12-05 22: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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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인증 인감도장 역할
악성앱 5천개 이미 깔려
추가 금융사고 우려 커져
다운로드 수가 1000만건이 넘는 간편결제 금융 앱 '페이코'의 서명키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인증에서 일종의 인감도장 역할을 하는 서명키가 도난당한 것이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유출된 서명키를 악용하면 보이스피싱 앱이 정상 앱인 것처럼 위장하고 고객 개인정보를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객 휴대폰에 수천 개 악성 앱이 위장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현재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안솔루션 기업 에버스핀은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고객사 30여 곳에 '페이코 서명키가 유출됐고, 이를 악용해 악성 앱이 제작, 유포됐다'며 주의하라는 긴급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이미 지난 8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유출된 서명키를 통해 제작된 악성 앱 5144건이 탐지됐다며 고객사들에 "서명키 관리와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고 대응에 유념하라"고 경고했다. 페이코는 유출 사실을 8월 10일께 인지했으나 매일경제 보도 전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페이코는 "페이코 앱 자체에 대한 공격은 없어 외부에 신고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페이코 서명키로 인증한 앱은 페이코가 만든 앱으로 인식돼 보안검사를 피할 수 있다. 에버스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앱들은 페이코 앱과 고윳값(시그니처값)이 동일하다. 시그니처값과 서명키는 일대일 대응하는 것인데, 시그니처값이 같다는 것은 똑같은 서명키로 서명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페이코 서명키는 다른 앱 서명에도 사용되는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법인 인감도장을 다른 계열사 문서에도 쓰는 것과 비슷한 격이다. 공문은 '한게임 OTP' '운수도원 투데이' '티켓링크'를 비롯한 18개 앱이 같은 서명키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스핀은 유출 경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계정 유출, 관리자 PC의 해킹, 기타 관리자 부주의 등을 추정했다. 에버스핀 관계자는 "구글 계정이 유출되거나 관리자 PC가 해킹당했을 경우 해커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을 바꿔치기 해 금융정보 유출 등 큰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며 "보안상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페이코는 "금주 중 신규 서명키를 활용한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겠다"며 "악성 앱의 작동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강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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