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빈살만, 자금난 CS 구원투수로…美 보란듯 시진핑도 만나

권한울 기자

김덕식 기자

입력 : 
2022-12-05 17:43:17
수정 : 
2022-12-05 19:14:05

글자크기 설정

거침없는 '미스터 에브리싱'
막강한 오일머니 앞세워
크레디트스위스에 5억弗 투자
이번주 아랍회의 주재하고
양극화된 세계질서 속 '존재감'
사진설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주 6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사진은 2016년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중국 항저우에서 만난 무함마드 빈살만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왼쪽)와 시 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의 구원투수로 긴급히 나섰다. 이와 동시에 이번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세계 외교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살만 왕세자가 크레디트스위스의 신설 투자은행(IB)인 'CS 퍼스트 보스턴'에 5억달러(약 6500억원) 규모 투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빈살만 왕세자가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전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CS 퍼스트 보스턴에 대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신설 CS 퍼스트 보스턴과 이 회사의 CEO를 맡기로 한 마이클 클라인을 지원하기 위해 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인은 아람코 기업공개(IPO) 등에 참여해 빈살만 왕세자의 신뢰를 얻었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투자는 빈살만 왕세자가 재정난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으로, 빈살만 왕세자는 그동안 이 회사를 간접 지원해왔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할 때 사우디국립은행(SNB)이 15억스위스프랑(약 2조7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사우디 국립은행의 대주주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4월 미국 금융가를 흔든 아케고스 캐피털의 마진콜 사태에 자금이 물려 50억달러 규모 손실을 입고 경영난에 빠졌다.

여기에 총 100억달러를 조성해 투자한 그린실 캐피털 파산 여파까지 겹치면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19억스위스프랑의 손실을 기록했다. 위기설이 도는 크레디트스위스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빈살만 왕세자는 강력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정치·외교와 금융·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가 민감한 시기에 중국 지도자를 접견하고 아랍회의를 주재하는 등 지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주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기간에 아랍 국가들과 중국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의 통치자들을 모두 사우디에 집결시킨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2016년 1월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중국 대표단은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아랍 국가들과 에너지와 안보, 투자에 관한 수십 개의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때만큼이나 극진한 환대가 예상되며,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유 증산 요청을 위해 사우디를 찾았을 때와는 대조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석유 감산,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과 밀착하면서 사우디가 국제 질서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연관된 혐의로 빈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정부로부터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에너지 위기난이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모든 게 가능한 남자'라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빈살만 왕세자가 신냉전 기류 속에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게임 체인저가 될 개연성도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로 원유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정치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에게 원유 증산을 읍소했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감산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었다. 미국 행정부의 빈살만을 향한 구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17일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이어 자존심을 굽히고 있지만 빈살만 왕세자의 '마이웨이'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원유 결제는 반드시 미국 달러화로 이뤄진다는 '페트로 달러' 관행에서 빈살만 왕세자는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사우디가 중국 수출용 원유 일부에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약속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동맹국에 알리지도 않고 갑작스럽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이는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이 안보 지형의 급변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셰일혁명 이후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의 중요성이 줄어든 미국에 비해 현재 중국은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떠오른 상태다.

[권한울 기자 / 김덕식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