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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둘기' 파월 덕에 … 엔화값 더 솟구쳤다

김규식1 기자

입력 : 
2022-12-02 17:36:13
수정 : 
2022-12-02 20: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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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인상 속도조절 등 영향
달러당 엔화값 135엔대로 쑥
日 한달간 시장개입 없었지만
주요국 통화 상승률 중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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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 완화와 이에 따른 미·일 금리 차 확대로 올 들어 약세를 지속하던 엔화가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전망에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가치는 지난 10월 32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51엔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11월에는 9엔 넘게 오르며 24년 만에 월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2일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한때 달러당 135엔대 전반을 기록하며 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점이 12월 회의일 수 있고 우리는 과잉긴축(overtighten)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강해진 점이 1~2일 엔화가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가치는 미·일 금리 차가 커짐에 따라 연초 달러당 115엔 수준에서 지난 10월 하순에는 151엔대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이 둔화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께부터 엔저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30일 오후 엔화가치는 달러당 138엔대를 보이며 10월 말에 비해 9.4엔가량 상승했다. 롱텀캐피털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화가치가 달러당 20엔 가까이 올랐던 1998년 10월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이다. 닛케이는 금융정보업체 퀵을 인용해 11월 엔화가치가 7.7% 올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나 호주달러 가치의 상승률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엔화가치가 10월 하순 32년 만에 최저치인 장중 달러당 151.94엔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엔화가치 급등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블룸버그는 엔화가치의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이 주요 통화 중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 9·10월에 급속한 엔저를 막기 위해 '엔화 매입-달러 매도'를 통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10월 28일~11월 28일 사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닛케이는 지난달 엔화가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올 들어 엔저 진행이 다른 통화보다 심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연초 대비 11월 말 기준으로 엔화가치는 달러에 대해 16.7% 하락한 반면 영국 파운드는 10.9%, 유로는 8.5%, 호주달러는 6.6% 내렸다.

지난달 엔화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엔화가치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또다시 경계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고 엔저 리스크는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엔저의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무역수지 적자 등도 지속되고 있다.

올 들어 엔저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것은 미·일 금리 차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해에만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일본은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고수하면서 미·일 금리 차 확대로 이어졌다.

엔저는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맞물려 물가 인상 압력으로도 작용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지난 1월 0.6%였으나 4월부터 2%대로 올라섰고 지난 9월에는 3%를 나타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40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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