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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사·핀테크 '마이데이터 쩐의전쟁'

임영신 기자

입력 : 
2022-12-01 17:47:07
수정 : 
2022-12-02 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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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보유 고객정보
토스·네이버 등 빅테크에 제공
정보 90%는 무료로 넘어가
금융사 "인프라 비용까지 부담
합리적 과금체계 만들어야"
핀테크 "과금하면 혁신 못해"
사진설명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인 개인 신용정보 전송에 대한 과금을 둘러싸고 금융회사와 빅테크·핀테크 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 은행·증권·카드사 등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업체들은 핀테크·플랫폼 업체 등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급증하면서 인프라 운영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과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정보를 전송받는 데 과금을 하면 혁신 서비스 출시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1일 금융권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전송 건수 가운데 무료에 해당하는 비정기적 전송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금융회사가 흩어진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정보 제공 업체로부터 전송받은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한다.

마이데이터 정보 전송은 정보 제공 기업이 사업자에게 주1회 정보를 제공하는 '정기적 전송'과 고객이 앱에 로그인하거나 새로고침 등을 할 때 정보가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비정기적 전송'으로 구성된다. 금융위원회는 정기적 전송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과금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시행은 1년간 유예했다. 9월 기준 마이데이터 누적 가입자는 5480만명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월(1400만명)보다 약 3.9배 증가했다. 사용자가 늘면서 마이데이터 전송 건수도 급증했다. 전체 누적 전송 건수는 지난 1월 85억건에서 9월 말 1048억건으로 12.3배 폭증는데, 대다수가 과금에서 제외된 비정기적 전송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소한의 개인 정보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 전송을 뒀지만 실시간 자산 관리가 핵심인 마이데이터 사업 특성상 비정기적 전송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보 전송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수십억~수백억 원을 투자했지만 비정기적 전송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내년 경기 둔화 우려에 대비하느라 금융사도 투자 여력이 줄다 보니 정보 전송 시스템 유지조차 버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보 제공 업체는 600여 곳이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허가받은 기업은 53개사다. 정보 제공 업체이면서 사업자인 경우도 있는데,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업 특성상 정보 수집에 비해 제공 건수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데이터 시장 점유율은 오픈뱅킹 시장 점유율에서 추정할 수 있는데,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이른바 '빅테크 4개사'가 7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사업자들이 데이터 수집을 최적화할 유인이 사라져 과도하게 정보가 전송돼 사회적 비용이 불어날 수 있다는 게 정보 제공 업체들의 공통된 우려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정기적 전송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과금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비정기적 전송에도 과금할 경우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마이데이터가 혁신 서비스나 품질이 아니라 자본력에 따라 경쟁 상황이 달라지게 되면 스타트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정보 전송에 과금을 하게 되면 소수의 정보 제공업체가 데이터를 독식하는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제공 기업마다 서버 등 시스템 구축 방식과 개발 인력 규모가 다르고 영업비밀도 많아서 정보 전송에 대한 정확한 원가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기업들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보니 금융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연내 마이데이터 전송 관련 과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용역을 마쳤다. 조만간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업체와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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