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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백지시위에 한발 뺀 中당국 … 베이징 첫 재택치료 허용

손일선 기자

신윤재 기자

한재범 기자

입력 : 
2022-12-01 17:41:25
수정 : 
2022-12-01 1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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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 시설격리 면제
PCR검사 기준도 완화
광저우·충칭 봉쇄 해제
"내년 6월께 전면 완화될듯"
사진설명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의 주거단지 입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구를 차단한 방역요원들과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자가격리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방역 반대 시위인 '백지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온 중국 방역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일 블룸버그는 중국 방역당국이 베이징시 차오양구 내 저위험군 확진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조치는 향후 베이징 내 다른 지구에도 점차 도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대사관과 다국적 기업 지사가 대거 위치해 있는 베이징 차오양구의 인구는 약 350만명으로 도시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이번 조치로 경증 환자에 한해 본인이 희망할 시 1주일간 자가격리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중국 방역당국은 중증도와 관계없이 모든 확진자에 대해 시설 격리를 의무화해왔다.

자가격리자는 격리 기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또한 자택의 현관문에는 자석 센서가 장착돼 문이 열릴 시 당국에 경보가 가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있다. 전파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됨에 따라 기존의 극단적인 봉쇄형 방역을 더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요일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역대 최다인 5006명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격리시설의 수용 능력이 바닥날 것을 우려해 자가격리를 허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확산 중인 백지시위도 중국이 방역 완화에 나서게끔 하는 요인이다. 3년간 지속된 무관용 방역책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극에 달한 만큼 당국으로선 방역 강도를 낮춰 민심을 수습하는 동시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이행할 필요성이 있다.

1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허브' 광둥성 광저우는 이날부터 하이주, 톈허, 바이윈 등 도심 9개 구(區)의 전면적인 방역 봉쇄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의 통제구역을 최소화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즉시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격리 대상인 코로나19 감염자의 밀접접촉자들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구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증폭(PCR) 전수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도심 곳곳에 설치됐던 차단막이 대부분 철거되면서 차량 운행도 정상화됐다.

충칭 역시 감염 위험이 낮은 곳의 인구 이동을 허용하는 등 점진적으로 봉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밀접접촉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불필요한 사람들이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조건이 되면 시설격리 대신 자가격리를 허용하기로 했다.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도 이날부터 창안구 등 6개 도심 지역의 정상화에 나섰다. 저위험 지역은 쇼핑몰, 슈퍼마켓 등 상업시설 운영을 재개하고, 일주일 내에 식당 내 식사와 실내 공공시설 운영도 허용하기로 했다.

수도 베이징도 PCR 검사 기준을 완화했다. 베이징 방역당국은 장기간 집에만 거주하는 노인과 매일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 유아, 재택근무자 등의 경우 외출 수요가 없다면 매일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베이징은 건물 등 공공장소에 입장하려면 24~48시간 이내 핵산검사를 한 후 음성 결과를 받은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특히 이달 들어 중국 내 하루 기록으로는 가장 많은 7000~8000명대 신규 감염자가 발생한 광저우와 충칭 등의 봉쇄를 완화한 것은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대의 바이러스 전문가 진둥옌 박사는 "중국이 엄격한 봉쇄를 하지 않아도 코로나19가 통제될 수 있는지를 광저우에서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광저우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중국 다른 도시에서도 방역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방역의 총책임자인 쑨춘란 부총리 발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쑨 부총리는 전날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변이체의 병원성이 낮고 더 많은 중국인이 백신 접종을 확대하면서 전염병 퇴치 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기존 방역대책을 수정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외신은 "쑨춘란 부총리가 좌담회에서 제로 코로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으로 계속 고수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내년 중반에 전면적 리오프닝(일상 회복)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일상 회복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며 "내년 6월 말까진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향후 밀접접촉자에 대한 검역 요건 등을 점차 완화하는 동시에 의료 자원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초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많은 경제학자가 내년 3월 초 양회 기간이 끝난 후 2분기부터 중국이 리오프닝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뤼팅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내년 3월 이후 실질적인 리오프닝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서울 신윤재·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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