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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거세진 시위에도 방역 못풀어 … 진퇴양난 시진핑

손일선 기자

한예경 기자

이유진 기자

입력 : 
2022-11-29 17:56:23
수정 : 
2022-11-29 20: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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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지시위 일파만파
中 방역관련 발표 기대만으로
亞증시 일단 하루만에 급반등
中 "노인 백신접종률 높일것"
서방국가 일제히 중국에 경고
백악관 "평화시위 권리 보장"
사진설명
미국 대학가에서도 "시진핑 물러나라"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이 중국 코로나19 방역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중국 현지에서처럼 항의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나왔고, 일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글귀가 쓰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캐리커처를 들었다. 【AFP연합뉴스】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방역당국이 노인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민심을 반영한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도 필요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급하게 중단하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노인들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방역 완화를 놓고 중국이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책들을 발표했다. 이번 브리핑은 최근 제로코로나에 반대하는 시위가 반정부 움직임으로까지 확산된 이후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방역대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의미 있는 방역 완화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방역당국은 노인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위생건강위는 "80세 이상 노인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도록 촉구하며 60~79세 접종도 계속해서 장려할 것"이라며 "노인 백신과 관련한 특별 실무진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미 정부가 발표한 20개 조치를 철저하게 시행해 보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방역대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고령층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취약한 의료체계로 인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당국이 노인층의 취약성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인민들에게 제로 코로나의 불편을 더 감수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시위 영향으로 전날 하락했던 아시아 증시는 29일 중국 국무원 발표 등 영향으로 크게 반등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4시 50분 기준 1만8187.74로 5.14% 급등했다. 1만7000대 초반까지 밀렸던 항셍지수는 1만8100 선을 넘어서며 하루 만에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상하이와 선전 종합지수도 각각 2.31%, 2.40% 상승했다. 위안화 가치도 하루 만에 반등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7.166위안으로 7.21위안대였던 전날보다 0.58%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방역규제 반대 시위를 두고 중국 공산당에 "평화적으로 시위를 보장하라"고 공개적인 경고장을 보냈다. 3연임 확정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0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등 '광폭 외교 행보'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지시위'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난 것이다. 시위가 더 격화하면 반봉쇄 시위에 대한 입장 차이가 서방과 중국의 핵심 전선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무차별 봉쇄정책에 반대해 평화적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국인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국민은 집결할 권리, 정책이나 법률·명령에 평화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면서 "백악관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최근 무차별·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중국 시민들이 당국의 언로 차단을 비판하는 의미로 아무 메시지도 적히지 않은 백지를 들고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 확산되자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훨씬 엄격하고 오늘날까지 지속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일지는 짐작만 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사상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중국 당국이 시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레버리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는 드문 일"이라며 "중국인들 스스로 중국 정부가 부과한 규제에 깊은 불만을 가진 게 분명한 만큼 중국 정부는 국민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유엔도 중국 당국에 '절제된 대응'을 촉구했다. 제러미 로런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데이비드 술먼 동아시아 연구원은 "중국 내 소요가 커지면 중국 공산당은 철권통치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상응해 서방의 비판도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서방 국가와 다르게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있다. 자유의 가치를 최우선하는 윤석열 정부지만 중국 앞에서는 원론적인 자유 지지 발언조차 하지 않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 한예경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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