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부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자금·부동산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회의엔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대책은 정부와 한은이 나서 단기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채권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또 국고채, 공공기관 채권 등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은 채권 발행을 줄여 자금이 회사채 등 다음 순위 채권으로 흐르도록 하는 방안도 주요 대책 중 하나다.
그러나 문제의 시발점인 단기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 기조로 자금이 마르고 있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투자자들이 단기 자금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단기 시장 금리인 CP 금리(A1급 91일물 기준)는 상승(채권값 하락)을 멈추지 않고 있다. CP 금리는 지난 25일까지 45거래일 연속 상승해 5.5%에 다다랐다. 추 부총리는 "국내 자금시장은 5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 시행 후 회사채 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등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단기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자금 이동 등 업권별 자금 조달 여건 차별화도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자금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경기가 저조한 것도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증권사 등의 PF 대출은 70조1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은행권 대출이 6조9000억원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ABCP 수요도 반등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시장 불안을 부를 수 있다. 이날 정부 대책 중 부동산 PF 보증 규모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 계획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대책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 등이 부동산 호황기에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투자한 뒤 경기 위축기에 자금이 부족하자 정부와 통화당국에 매달린다는 얘기다.
이날 대책에 업계에선 "급한 불은 꺼지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역대 최악으로 흘러갔던 채권 투자심리는 바닥을 딛고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은 이날 대책에 대해 관망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CP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올랐고, 회사채 금리는 소폭 떨어졌다. 본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5.3%로 전 거래일 대비 0.09%포인트 내렸다.
[류영욱 기자 / 차창희 기자 / 이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