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기업

절박한 韓기업들, 유럽판 인플레법 추진에 "우려"

서진우 기자

박동환 기자

입력 : 
2022-11-27 17:59:16
수정 : 
2022-11-27 20:55:50

글자크기 설정

원자재 공급망강화 입법 나서자
산업부·무협, EU에 의견서 제출
유럽에서도 미국과 같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주요 광물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가칭 '핵심원자재법(CRMA)' 입법을 추진하면서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각국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유럽한국기업연합회(KBA유럽)와 연합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25일(현지시간) 공동 명의로 EU 집행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와 KBA유럽은 해당 의견서에 "CRMA는 EU의 근본 무역 규칙인 자유무역 원칙을 지원해야 한다"며 "자국 기업에만 유리한 법·규제를 도입하는 일부 국가에 의해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촉발된다면 이는 우려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CRMA는 북미산 전기차 등에 혜택을 집중하는 미국의 IRA와 유사한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돼 국내 관련 업계와 정부의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EU는 주요 원자재의 자국 내 생산·개발 제품에 한해서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CRMA를 입법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CRMA 초안을 만들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정책연설에서 희토류와 리튬 등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하며 전략적 매장량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칭 유럽 CRMA는 미국 IRA처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 역내 공급을 강화하고 이들 자재를 사용한 제품에만 혜택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요한 전략 원자재를 식별하는 기준을 정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와 목표에 대한 규정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기존에 EU가 관리하던 핵심 원자재(CRM)목록과 산업별로 대외 의존도가 높거나 공급망 위기에 노출된 물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CRM은 역내 핵심 원자재를 관리하기 위해 2008년 처음 지정됐으며 2011년부터 3년마다 역내 경제적 중요도와 공급 위기를 기준으로 재지정되고 있다. 현재 핵심 원자재는 2020년 재지정된 30개 물질이다. 이들 중 마그네슘과 희토류를 포함한 19개 물질 주요 수입국이 바로 중국이다.

 무역협회는 지난 25일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CRMA는 최소한의 행정적 부담과 과도하지 않은 자료 요구로 EU와 비EU 기업 모두 지나친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KOTRA 관계자는 "CRMA는 2030년까지 EU 정제 리튬 수요의 최소 30% 역내 조달, 재활용을 통한 희토류의 최소 20% 회수 등 공동 목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CRM의 30개 원자재 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리튬이나 흑연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많이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는 체코,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각각 완성차 공장을 두고 있다"며 "향후 역내 전기차 생산·출시를 단행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향후 CRMA 일부 조항이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요건 금지 규정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며 "WTO 협정이나 한·EU FTA를 고려해 우리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서진우 기자 / 박동환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