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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급전' 조달하는 기업들, 단기차입 올 32% 증가

오수현 기자

입력 : 
2022-11-25 17: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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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급속히 얼어붙자
기업어음 발행 32조원 늘어
대기업마저 자금조달 빨간불
◆ 기업부채 경고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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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이 올해 들어 단기차입금을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차입금은 대체로 만기가 1년 이내로 짧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 '급전' 성격의 자금으로 풀이된다. 단기차입금을 늘리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5일 기업 재무분석기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단기차입금 잔액 총액은 올해 들어 17조2559억원(32.3%) 늘어난 70조67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4일 기준 시총 상위 20개 기업에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SDI, 현대차, 네이버, 기아, 포스코홀딩스,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포스코케미칼,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단기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올 하반기 들어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기업들이 대체 자금 조달 수단으로 기업어음(CP)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CP의 발행 잔액은 114조7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대비 32조원가량 급증한 금액이다. 실제 SK(주)는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3년물과 5년물 장기 CP를 1000억원씩 발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동안 은행에 아쉬울 게 없었던 대기업들조차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04조6707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가액 중 대기업 대출이 6조7000억원에 달한다.

빠른 대출 증가 속도와 더불어 대출의 질적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올해 9월 현재 대출 잔액 가운데 72.7%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업들의 이자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늘 빌리는 게 제일 싸다'는 판단하에 차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 상승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조달비용이 쌀 때 미리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예전에 자금을 조달할 때는 매우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진행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가능하면 현금을 많이 확보해 두자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10대 대기업 중에선 SK, 현대차, 한화그룹의 자금 조달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SK(주)의 지난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연결재무제표 기준) 잔액은 17조200억원으로 3개월 새 2조원가량 늘었다. 장기차입금과 회사채 등을 포함한 전체 차입금은 같은 기간 4조8400억원 늘어 7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차입금 잔액 규모는 9월 말 현재 94조4700억원으로 3개월 새 6조원가량 늘었다. 한화그룹 지주사인 (주)한화도 차입금 잔액이 6월 말 15조8600억원에서 9월 말 17조3900억원으로 뛰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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