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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출항 틀어막은 화물연대 … 시멘트 부족에 건설현장 올스톱 위기

지홍구 기자

양연호 기자

권오균 기자

송은범 기자

입력 : 
2022-11-24 17:57:40
수정 : 
2022-11-25 0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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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 파업 철회 ◆
화물연대 총파업

사진설명
화물연대 파업 '전과 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며 카캐리어(자동차 운반차량)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화물연대 파업 전날인 23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 완성차 주차장(왼쪽)과 24일 화물연대 파업 영향으로 완성차 주차장에 차량이 쌓여 가는 모습. 【연합뉴스】
24일 강행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의 동맥인 물류가 멈추면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당일 운송이 중요한 철강과 시멘트업계 등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건설업계로 충격이 전파되고, 선박에 수출 물량을 선적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염려된다.

시멘트와 레미콘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의 영향으로 24일부터 주요 시멘트업체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출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운반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3000여 대 중 1000대 정도가 화물연대 소속"이라며 "화물연대에 속하지 않은 차주들까지 파업에 동조하면서 일부 유통기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운반이 멈춰 섰다"고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시멘트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앞서 시멘트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의 8일간 파업으로 총 1060억원 규모의 피해를 본 바 있다. 시멘트업계는 평균 10일치의 시멘트 저장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열흘이 지나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

시멘트를 받아다 쓰는 레미콘업계와 건설 현장도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건설자재업계에 따르면 시멘트를 공급받아 레미콘을 제조하는 레미콘업계나 건설 현장은 평균 2~3일치 시멘트 재고를 쌓아둔다. 이 기간이 지나면 공장이나 건설 현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이날 평소 하루 8000t의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전혀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육로와 해상 출하량이 평균 2만7000t에 달하는 강원 삼척 삼표시멘트는 파업으로 육로가 막히자 해상으로만 2만5000t을 출하했다. 한일시멘트 충북 단양공장에서는 BCT 1대가 시멘트를 싣기 위해 공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각 지역으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해 현대차 직원이 대신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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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항만은 화물연대 노조 출정식이 동시다발로 열려 온종일 어수선했다. 수도권 물류 허브인 의왕ICD(내륙컨테이너화물기지)에서는 화물연대 서경지부 조합원 1000여 명이 파업 출정식을 열어 안전운임제 개악 저지, 일몰제 폐지,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서경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의왕ICD 1기지 입구 교통섬 주변 왕복 4차로 중 3개 차로에서 출정식을 개최해 의왕ICD를 이용하려는 차량은 1개 차로를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의왕ICD 측은 이날 눈에 띄는 운송 차질은 없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화물 운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평택·당진항의 컨테이너 부두 하역사와 육상운송회사 대부분도 운영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광양항국제터미널에서는 조합원들이 대형 화물 차량으로 입구를 가로막은 뒤 출정식을 열어 한때 컨테이너 등 물류 진·출입에 차질이 빚어졌다.

자동차와 철강업체가 밀집한 울산 지역 산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10시 울산신항 앞에서 조합원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나섰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부품 수급 차질 없이 공장이 정상 가동됐으나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해 현대차 직원들이 차량 이송 업무에 투입됐다.

이번 총파업으로 제주에서는 감귤과 삼다수 출하는 물론 시멘트 수급 불안정에 따른 공사 차질이 예상된다. 먼저 전국 각지로 유통되는 삼다수는 지난 6월 파업 당시 제주항 화물 운송이 중단되면서 일시적으로 배송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감귤 출하도 비상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가운데 도외로 출하되는 비율은 60% 이상인데, 이 물량의 90%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출하 시기가 다가오는 당근과 무 등 월동 채소에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멘트의 경우는 지난 23일 오후까지 시멘트 운송 차량이 도내에 필요한 시멘트 5일치를 수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시멘트 수급난에 따른 공사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날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정부는 고심 끝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총리는 "물류를 방해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엄정 대처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영구화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23일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반쪽짜리 가짜 개정안'이라 명명하고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지홍구 기자 / 양연호 기자 / 권오균 기자 /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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