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스포츠

사우디 모래바람, 축구의 신 집어삼켰다

이용익 기자

입력 : 
2022-11-22 22:52:04

글자크기 설정

카타르 월드컵 C조 예선
사우디, 아르헨에 2대1 승리
아시아 체면 살리며 대이변
대관식 꿈꾸다 고개숙인 메시
우승후보 아르헨 16강 빨간불
사진설명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맨 왼쪽)가 뺏긴 공을 바라보고 있다. <카타르/박형기기자>


22일 오후 1시(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은 8만8012명의 관중이 모여 만든 분위기 자체가 그라운드를 녹일 듯 이글거렸다.

그리고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첫 번째 이변이 발생했다. 수만 명 원정팬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던 리오넬 메시(생제르맹)의 아르헨티나에 2대1로 역전승을 거두고 포효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6강에 진출했던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28년 만의 승리이자, 이번 대회 아시아 팀의 첫 승리였다.

첫 골은 아르헨티나의 몫이었다.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메시는 언제나 그랬듯이 골키퍼를 속이며 가볍게 득점에 성공했다. 이로써 메시는 2006년 독일,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에 이어 4개 대회 득점을 기록하며 펠레(브라질)와 우베 젤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5명과 같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우세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첫 골 이후 분위기가 살아난 아르헨티나는 전반 22분 메시, 전반 27분과 전반 35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가 잇달아 사우디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모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시스템에 걸리면서 1대0으로 전반을 앞서나간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때 한국대표팀 감독 후보군으로 언급되기도 했던 '하얀 마법사'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 감독은 메시, 앙헬 디마리아(유벤투스) 등 무시무시한 공격수들 앞에서도 수비 라인을 뒤로 무르지 않으며 적극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을 활용했다. 전반 아르헨티나 골이 취소된 것은 3번이었지만 오프사이드에 걸린 것만도 7번이었다. 그렇게 전진을 계속하며 전반을 마친 사우디는 후반전 들어 잠시 물러난 아르헨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국경이 붙어 있어 수만 명이 방문한 자국팬들의 응원에, 일본 방문을 거르고 개막전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관심에 드디어 응답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아시아 무대에 자주 나오며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자국 명문팀 알힐랄 선수들이 선봉에 섰다. 후반 3분 만에 살리흐 샤흐리가 자신의 앞으로 들어온 공을 놓치지 않고 왼발로 때려내며 아르헨티나의 그물을 가른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5분 뒤에는 살림 다우사리(이상 알힐랄)가 깔끔한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또 한 번 아르헨티나를 뚫어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에게 끊임없이 공을 공급하며 동점과 역전을 노렸지만 더는 통하지 않았다. 후반 90분 사우디 수비수 압둘일라 암리(알나스르)가 골라인에서 아르헨티나의 슈팅을 걷어내는 장면은 이날 경기를 요약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카타르/이용익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