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부동산

여의도 65층·강남 50층 … 서울 스카이라인 더 높게, 더 개성있게

이희수 기자

입력 : 
2022-11-21 17:40:24
수정 : 
2022-11-21 19:09:20

글자크기 설정

서울 재건축 '35층 룰' 깨졌다
한강변 아닌 강남 아파트도
최고 50층 대단지 탈바꿈
은마등 주변단지 "우리도…"
용산 장미·한강·왕궁맨션
종상향땐 60층이상 가능해져
일각선 "재초환 풀려야 속도"
◆ 재건축 아파트 50층 시대 ◆
재건축 아파트 50층 시대

사진설명
재건축 발목을 잡던 '35층 룰'이 폐지돼 대치 미도아파트에 첫 적용된다. 향후 최고 50층으로 재건축될 예정인 미도아파트 전경. <김호영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가 최고 50층 높이로 재탄생하게 되며 서울 일대 스카이라인이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 용산 인근 한강변을 중심으로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모인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치미도아파트는 현재 용적률이 179%에 불과하다. 국토계획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이곳은 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원론적으로는 용적률을 최고 300%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4년 만든 이른바 '35층 룰'에 가로막혀 있었다.

박 전 시장은 당시 조례를 통해 서울 모든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이 250%를 넘지 못하게 했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 단지는 최고 35층을 넘어 지을 수가 없었다. 대치미도아파트 주민들이 당초 서울시에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총가구 수를 3653가구로 하는 안을 제안한 이유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3월 이 같은 규제를 없애는 내용이 담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상황이 확 달라졌다. 당장 이번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대치미도아파트는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최대 한도인 300%를 적용받았다. 이 덕분에 최고 층수는 50층으로 총가구 수는 3800가구로 각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울시의 움직임이 3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노후 아파트 단지들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가구 수를 늘릴 수 있어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노후 단지들도 줄지어 최고 층수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은마아파트도 진짜 50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바로 맞은편에 있는 대치미도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50층으로 해주는데 은마아파트를 막을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는 대치미도아파트와는 불과 35m 떨어진 강남권 대표적인 노후 단지다.

사진설명
지난달 은마아파트가 제출한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 계획안에는 은마아파트를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측은 내년에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후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하는 변경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대치미도아파트 사례를 계기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역시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신속통합기획안이 속속 발표됨에 따라, 주변 단지들도 사업에 탄력을 받는 분위기"라며 "대치미도아파트가 민간의 사업성과 도시의 공공성을 모두 갖춘 재건축사업의 선도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한 "서울시가 한강변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층수 제한을 풀어주겠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했다"며 "대치동은 한강변에 바로 맞닿아 있는 지역이 아닌데 층수 제한을 풀어준 게 상징적으로 다가온다"고도 밝혔다.

서울시가 이미 층수 제한을 풀겠다고 예고한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의 기대감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장미맨션·왕궁맨션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초반 지어진 세 곳은 모두 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대치미도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최고 50층 높이로 지을 수 있다.

만약 종상향이 이뤄진다면 60층 이상으로 짓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의도의 경우 이미 종상향이 가능하도록 한 정비계획안이 마련된 단지도 나왔다.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최대 65층, 25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은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 이곳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해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같은 소식은 주변 여의도 노후 아파트 단지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의도 한양·삼부·대교·목화아파트 등이 층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비계획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치미도아파트에 35층 룰이 적용되지 않는 호재가 당장의 시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대외 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당장은 대치미도아파트 개별 단지에 한해서만 국지적으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서울시가 최근 재건축 심의를 통과시켜주거나 규제 완화에 나서는 건 시장 자체가 크게 움직일 여건이 못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집값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작년 최고가 대비 8억6000만원 낮은 17억원에 최근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단 호재에도 가격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안전진단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재초환 문제가 남아있어 기대감이 오래가긴 어렵다"며 "또 금리 인상 때문에 당장 (집값이) 폭발적으로 올라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