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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택기금 임대 위주서 청약으로 전환 … 巨野와 충돌 예고

문재용 기자

입력 : 
2022-11-21 17:39:38
수정 : 
2022-11-21 23: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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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기금 40조 투입 ◆
주택기금 40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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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주택 50만가구 분양을 위한 소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주택도시기금 융자로 충당하려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정치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금운용계획안은 매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한 국회에서 여야 입장이 엇갈릴 경우 예산 협상의 볼모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임대 중심의 공급 정책을 고집하고 있어 정부·여당의 분양 중심 정책과는 어긋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2023년도 예산안의 국회 상임위원회별 심사 단계에서도 '윤석열표' 꼬리표가 붙은 용산공원부터 청와대 개방, 경찰국 예산까지 일제히 삭감하는 중이다. 공공분양주택 융자 금액도 1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야당이 워낙 무차별적 삭감을 단행한 탓에 추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나 본회의 단계에서 삭감 예산이 적잖게 부활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분양주택 융자 사업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주택도시기금 융자에 의존하는 액수가 수조 원대로 늘어날 2024년도 이후부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내년까지는 삭감된 융자금 약 1조원을 공기업들의 기타 사업수익이나 채권 발행 등으로 어느 정도 벌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당장 2024년부터 주택도시기금 융자 계획이 3조원에 육박하고, 2026년에는 6조원대로 올라선다.

앞서 정부가 밝힌 공공분양주택 공급 원가가 약 3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50만가구 전체 사업비는 175조원 수준이다. 그 가운데 22.9%에 달하는 40조원을 국회 동의를 거쳐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과반 의석이 유지되는 내년 예산 심사까지는 정부 의견이 담긴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특히 진보진영의 임대 중심 공급 정책과 보수진영의 분양 중심 공급 정책 간 대결로 비화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당장 내년도 공공분양 융자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대거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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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에도 '공공임대주택 예산 원상 복구, 내년 예산을 취약계층의 버팀목으로'란 제목의 글을 개인 SNS에 올리며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런 (정부)예산안을 내놓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여당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되나 국민의 삶에 필요한 예산을 회복하기 위해 민주당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핵심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직후까지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임대주택 예산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대주택 예산의 반대급부로 인식되는 분양주택 예산 반영은 그만큼 난항이 예상되는 셈이다.

임대주택 위주의 기존 운용 방식에 분양주택 정책을 추가해야 하는 구도다. 박준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한 번 분양된 후에는 정부 손을 떠나는 분양주택과 달리 임대주택은 주거복지 정책에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주거에 필요한 초기 자본과 전체 비용도 임대주택이 저렴한 편"이라며 "분양주택 사업도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사업 우선순위를 따지다 보니 공적 성격이 더 강한 임대주택 사업에 많은 재원이 배분돼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주택도시기금의 사용처는 그동안 논란 가능성이 작은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돼왔다. 임대주택 공급과 버팀목 대출이 대표적이다. 2021년도 주택도시기금 업무편람을 보면 2019년 기준 각종 임대주택 사업을 위한 '임대주택지원(융자)' 실적 액수는 11조9683억원에 달하고, 대출 지원 사업의 실적 액수도 9조4123억원 규모였다. 반면 분양주택 공급을 위한 융자금은 최근 4년(2019~2022년)간 연평균 투입 액수가 3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분양주택 수요자들은 임대주택 수요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여유롭고, 당첨되는 순간 상당한 자산 이득을 거두는 측면도 고려됐다.

정부 관계자는 분양주택 융자를 확대하는 취지에 대해 "청년·서민계층에 대해서는 자산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 시장 전반의 가격이 하락하면 보다 광범위한 계층이 정책의 수혜를 입게 된다"며 "임대·분양주택에 대해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해 한쪽을 배제하려 들지 말고, 두 가지 수단을 각자 유효한 곳에 활용하는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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