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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단 하루라도, 새 그릇 쓸래 1억원 들여 싹 바꾼 빈살만

오수현 기자

김덕식 기자

입력 : 
2022-11-18 17:52:39
수정 : 
2022-11-18 22: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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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음식 안 담겼던 식기 꺼려
수행원들, 왕세자 모발 수거
자개그릇 예쁘다며 가져가기도
빈살만 돌연 일본 방문 취소
사진설명
지난 17일 새벽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불과 20여 시간에 불과했다. 짧은 방한 기간 중 그는 숱한 화제를 남겼다.

빈살만 왕세자는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17일 아침식사와 오후에 차담회를 했는데, 이때 사용할 용도로 식기 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엄격한 기준 아래 생산·유통·조리된 '할랄' 음식만을 허용한다. 이슬람교에 충실한 신도들은 종교적으로 금지된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된 조리도구나 이를 담은 식기를 사용하는 것마저도 피한다.

결국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식기는 기본적으로 이슬람교에서 허용하지 않는 음식을 담았다는 점이 새 식기를 구매한 이유로 풀이된다. 빈살만 왕세자가 남들이 쓴 식기 사용을 꺼리는 성향도 새 식기를 사들인 이유다. 이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차담회 때 다과를 낸 식기도 새로 산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 인사들이 한국에서 구매한 식기의 자개 문양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했다"며 "구절판 그릇도 인상적이라며 자국으로 가져가 보관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총수들과 차담회를 진행한 롯데호텔 3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과 빈살만 왕세자 방인 32층 로열스위트룸 창문에는 모두 40여 장의 방탄유리가 설치됐다. 방탄유리 두께는 약 10㎝에 이르는데, 기존 창문 안쪽에 별도로 설치됐다.

빈살만 왕세자가 묵은 로열스위트룸은 사우디 왕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소파와 각종 가구를 현지에서 가져와 직접 설치한 것은 물론 침대까지 새로 들였다. 이곳 침실에는 시몬스 침대 최고급 라인인 뷰티레스트 블랙이 들어서 있었지만, 빈살만 왕세자가 본인이 익숙한 침대를 원했기 때문이다. TV 또한 기존에 있던 것을 치우고 자신들이 직접 가져온 것을 설치했다. TV 같은 전자기기 를 통한 도청 위험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압권은 로열스위트룸 객실 내 운동실이었다. 이 객실에는 방이 모두 6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운동실이다. 사우디 측은 이곳에 있던 러닝머신과 근력 운동기구를 모두 치우고 국내에서 임차한 새 운동기구를 설치했다고 한다. 빈살만 왕세자가 타인이 쓰던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빈살만 왕세자는 17일 새벽 2시께 호텔에 도착해 저녁 7시 30분께 호텔을 떠났고, 이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 및 재계 총수들과 미팅을 한 터라 시간을 들여 운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측 인력 200여 명은 빈살만 왕세자가 떠난 뒤에도 한국에 남아 있다가 다음날인 18일 오전 롯데호텔을 떠났다. 이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머문 숙소에서 생체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모발과 지문 등을 꼼꼼히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빈살만 왕세자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후 계획했던 방일 일정을 취소했다고 블룸버그가 일본무역진흥기구(제트로) 관계자를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방일 중단 이유에 대해 사우디와 일본 측 모두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없던 일이 됐다.

[오수현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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