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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엔저에 '수출 한일전' 판정패

임성현 기자

류영욱 기자

입력 : 
2022-11-17 17:59:48
수정 : 
2022-11-17 19: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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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올 수출 168억弗 증발"
자동차 등 경쟁품목에 직격탄
◆ 엔저의 공습 ◆
올해 들어 한국의 수출동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엔화값이 30여 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초엔저 현상으로 이중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철강, 플라스틱, 제지 등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수출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엔저에 따른 일본 관광 급증으로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에도 불똥이 튀면서 '엔저 쇼크'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초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한국 수출이 올해 9월 누적 168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9월까지 누적 적자 288억9000만달러의 절반이 넘는 58.2%에 달하는 규모다.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되며 주요국 통화가 모두 절하된 가운데 일본과 한국은 절하 폭이 유독 두드러진 국가다. 올해 1~3분기 달러당 평균 엔화값은 17.9% 급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당 원화값은 12.05% 하락했다. 엔화 약세와 동시에 원화도 절하되면서 엔저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일부 상쇄되긴 했지만 엔화가 5.86%포인트 더 떨어진 것은 고스란히 한국 수출에 타격이 됐다. 엔화값이 원화값만큼만 떨어졌다면 그만큼 수출 감소가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구원은 2005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환율 변화가 한국 수출에 미친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달러당 엔화값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가격은 0.41%포인트 하락하고, 수출 물량은 0.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 '한일전'에서 초엔저 현상이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했다. 2020년 기준 주요국 제조업 수출경합도에서 한일 간은 69.2로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과 미국(68.5), 한국과 독일(60.3), 한국과 중국(56.0)보다 높은 수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기 둔화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엔저 현상까지 겹쳐 한국의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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