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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치솟는 우윳값, 날뛰는 유제품 …'밀크플레이션' 덮쳤다

이희조 기자

송경은 기자

박동환 기자

입력 : 
2022-11-16 17:51:55
수정 : 
2022-11-16 22: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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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 ℓ당 최대 52원 인상
국내업체들 오늘 일제히 올려
생크림·버터·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간 제품에 영향
지난달 9.5% 오른 가공식품
추가 상승폭 더 가팔라질 듯
사진설명
17일부터 서울우유를 비롯해 국내 업체들이 흰 우유는 물론 우유가 포함된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원유 가격 인상에서 시작된 '밀크플레이션'이 장바구니 물가를 더 밀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국내 주요 유업체들이 17일부터 우윳값을 올린다. 빵, 버터,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원유 가격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7일 전체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6%, 1000㎖ 흰 우유 대표 제품 출고가를 6.6% 인상한다. 서울우유는 이날 원유가 들어가는 일부 제품도 함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출고가 기준 인상률은 평균적으로 발효유는 5%, 생크림은 10%, 버터는 7% 수준이다.

같은 날 매일유업은 전체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9%, 900㎖ 흰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8.3% 인상할 예정이다. 남양유업도 출고가 기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9%, 가공유 제품을 평균 7% 인상한다.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률은 제조사 출고가 인상률과 같거나 소폭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정가를 기준으로 2710원이었던 기본 흰 우유 제품인 '서울우유 나 100%(1000㎖)'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6.6% 오른 2890원으로 결정됐다. 2650원이었던 '남양 맛있는 우유 GT(900㎖)'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9% 오른 2890원, 2610원이었던 '매일우유 후레쉬 오리지널 우유(900㎖)'는 9.2% 오른 2850원에 판매된다. 이번 우윳값 인상은 지난 4일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ℓ당 최대 52원 올린 데 따른 결과다. 유업계는 여기에 우유 소비 위축, 누적된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 비용 증가까지 겹쳐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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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하락 등으로 우유 소비는 줄고 있지만, 치즈나 버터 등 우유가 들어간 유제품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0.8㎏에서 2021년 26.6㎏으로 줄었다. 반면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2001년 63.9㎏에서 2021년 86.1㎏으로 늘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고물가 상황에서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식품의 연쇄적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가공식품 물가는 이미 오름세다. 라면·참치·주류 등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13.1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5% 상승했다.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사이에 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7%였다. 가공식품 물가는 5년 사이에 5.4% 급증했다.

게다가 예년 대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일찍 발생하면서 계란값 폭등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2020년 AI 발생으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돼 계란값이 크게 올랐다. 대량 살처분이 현실화하면 가공제품은 우윳값 인상 여파에 더해 연쇄적으로 가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우윳값 인상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가공식품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유 가격의 결정 구조를 개선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데 원유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다"며 "원유 가격 결정 구조를 시장 원리에 적합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윳값의 등락을 결정하는 원유 가격은 '연동제'에 따라 정해진다. 연동제하에서는 시장에 우유가 남아돌더라도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 연동제가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최근 낙농진흥회이사회는 우유가 과잉 생산될 경우 음용유에 쓰이는 원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이희조 기자 / 송경은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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