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달면서 북한과 연락
지령문 90건 국보법 위반
지령문 90건 국보법 위반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6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간첩·특수잠입·탈출·회합·통신·편의 제공 등)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A씨(53),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49),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55),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D씨(52)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어 A씨에게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위반(회합 등) 혐의를 받는 D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 등 3명은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수신하고, 주요 선거 동향이나 주요 군사시설 정보 등이 담긴 대북 보고문을 발신했다"며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이익을 제공해 한국 안보에 직·간접적 위험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20년을, 나머지 3명에게 각각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A씨 등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합법적 노조활동을 빙자해 간첩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北지령 받아 민노총 지하조직 구축
검찰은 이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민주노총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제일 먼저 포섭된 A씨는 2017년 9월, 2018년 9월, 2019년 8월께 각각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았다. 200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민주노총 핵심 부서 책임자로 일하면서 2018년 10월 민주노총 운영자의 ID와 비밀번호를 북측에 건넸다.
또 A씨 사무실 컴퓨터에서 평택 미군·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군용 장비 동영상과 사진 자료가 발견됐다.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평택2함대 사령부·평택 화력발전소 배치도 등 자료 수집 지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전과 다른 북한의 새로운 공작 형태도 드러났다. 공작금 전달에 사용할 대포폰 구입과 보안용 '위챗'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지령한 후 북한 최고위층 관심사인 말 양육 기술 자료를 요구했다. 또 사건과 무관한 일반 유튜브 동영상을 대북 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 2022년 8월 한 유튜브 동영상에 사전에 약속된 특정 문자가 들어간 댓글을 달아 해외 접선 약속을 잡았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경찰과 합동 수사를 통해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이들과 북한 문화교류국 사이에 오간 북한 지령문 90건, 보고문 24건을 확보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확인한 북한 지령문은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