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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 수익 450조 냈지만…공격운용 남은 시간 10년

김정범 기자

차창희 기자

입력 : 
2023-09-27 16:34:35
수정 : 
2023-09-28 0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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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최대 과제는 수익률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
지출 늘어 2055년 되면 고갈
기금 역성장에 들어설 경우
부동산·인프라·헤지펀드…
위험 감수하며 대체투자 확대
사실상 10년 후부터는 절벽
◆ 국민연금 1000조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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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 투자군을 넘어 대체투자는 물론 전 세계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 전 불과 100조원이었던 운용자산 규모가 10배로 불어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국민들은 지난해까지 739조원을 연금으로 부었고 이를 토대로 4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둬들였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 대비 6%(124조4000억원)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3년 2.7%에 비해 2배 이상 비중이 커졌다.

기금 규모 증가에 따른 운용 제약과 저성장 기조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CIO)는 국민연금 연차보고서에서 "기금운용본부는 운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자산 다각화와 투자전략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해외주식 액티브 전략을 직접운용으로 확대하기 위해 해외주식리서치팀을 신설해 수익 원천을 다변화하고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부동산, 인프라 자산, 사모주식, 헤지펀드 같은 대체투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통적 투자 자산과는 상관관계가 낮고 전통적 투자에 비해 규제가 덜한 자산들이다.

레버리지, 파생상품을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전통적인 투자자산 위험 관리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문제 때문에 투자 운용자의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연금이 해외·대체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기금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시장으로 투자 대상을 국한하기에는 운용상 제약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지배적 지위가 형성되면 국민연금이 자금을 집행하거나 회수하는 과정에서 시장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며 "이는 수익률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고, 운용 능력이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포트폴리오 성과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적지 않은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해외 투자 확대로 인해 글로벌 시장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988년 기금 조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0.18%)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으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은 각각 -39.0%, -58.7%에 이르는 큰 손실을 입었다.

기금 1000조원 시대를 맞으며 '성장기'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은 향후 10년이 자산 증식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자금 유출 속도가 유입보다 빨라 유동성 압박 없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시기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율 9%와 65세부터 연금 수급하는 조건을 유지한다면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기금 규모는 차츰 줄어 2055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대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30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미뤄지고 보험료를 2%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만 높여도 기금 고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내리는 결정은 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의 가이드라인이 돼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만큼 기금 운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매년 앞으로 5년 후의 자산배분 전략을 최종 수립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당연직 위원으로 주요 정부 부처 차관 4명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참여한다. 해외 6대 연기금 중 기금운용 의사결정 기구가 정부에 치우친 것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유일하다. 또 가입자를 대표하기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지역 가입자대표가 위원으로 위촉되는데 이 또한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해외 주요 연기금은 기금 운용 전체 방향을 정하고, 자산 배분을 정하는 중요한 결정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서 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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