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산책 공간이자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현장 교과서입니다. 매경e신문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관람객과 교감하는 박물관 모습을 동영상과 글에 담아 소개하는 '박물관 산책' 코너를 시작합니다. 매주 화요일 소개되는 이 코너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전국의 이색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탐방하는 기회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박물관 산책 - 1] 정식 명칭은 '화장실문화전시관'이지만 애칭은 '똥 박물관'이다. 외국인들은 'Mr. Toilet House'라고 부른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해우재'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화장실 테마공원'이다. 얼핏 보면 239㎡짜리 초대형 변기로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박물관이다. 건물 정면에는 거대한 똥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면서도 사회적으로 혐오시설로 하대받는 화장실. 모두에게 친근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다루기가 껄끄러운 소재인 똥. 이것을 박물관 테마로 승화시킨 주인공은 화장실 문화운동의 1인자면서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렸던 고(故) 심재덕 세계화장실협회 초대 회장(전 수원시장)이다.

외갓집 뒷간에서 태어났다는 심 전 시장은 30여 년 자신이 살던 집을 허물고 전체가 변기 모양을 한 집으로 다시 지었다. 사후 가족들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수원시에 기증하고 현재 화장실문화공간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2010년 개관 이후 해우재는 수원 시민은 물론이고 국내외 관광객 등 35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변기 모양의 본관 뒤쪽에는 야외 전시관인 화장실 문화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은 예전 수세식 화장실 조형물에 직접 쪼그리고 앉아서 "아 불편해. 이렇게 어떻게 똥을 눠"라고 푸념한다. '황금 똥'이 가장 건강한 똥이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똥은 어떤 색일까 생각에 잠기면서 웃음보를 터뜨린다. 똥을 만져보며 코에 갖다 대기도 하고, 변기를 배경으로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면서 똥 장군과 지게 조형물이나 대형 요강 앞에서 추억에 잠긴다. 이곳에는 시대별로 변천한 변기 모양이 전시돼 있고, 옆에는 표정이 살아 있는 사람 조형물이 재미를 더해준다.

해우제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1층 중앙에 놓인 화장실이 눈에 띈다. 안에 들어가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벽면 유리에는 '순간 조광 유리'라는 특수 소재가 사용돼 평소에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조명을 켜면 선탠 처리가 된다.

그 옆에 있는 '흥미로운 화장실 이야기' 전시 공간에서는 나라별 특색 있는 화장실과 한국 전통의 화장실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층에는 고 심재덕 선생의 유물 100여 점을 전시해 놓았다.

2층에는 특별전시장도 마련돼 있다. 해우재는 그동안 많은 기획전을 열었다. 지금은 지난 4월 시작된 '동물똥전'이 진행 중이다. 동물똥전은 아이들에게 똥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기 위해서 기획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들의 똥을 소재로 전시를 꾸몄다. 코끼리, 사자, 새 등 동물별로 완전히 다른 모양의 똥 모형을 직접 보고 만지게 하면서 교육 효과도 함께 노린다는 것.

해우재 인근에는 '해우제 문화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전시장 규모를 키워 세계적인 화장실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다음달 완공 예정인 해우재 문화센터는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이 센터는 어린이 체험실 위주로 운영될 예정이고, 화장실 관련 유물을 수집·보관하는 수장고를 비롯해 사무실과 세미나실, 교육실 등을 갖추게 된다.

[손유리 프리미엄부 기자·지도일 프리미엄부 영상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