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색종목 - 4] "쇼메니레이(정면으로 인사)." "오쓰(인내하겠습니다)."

지난 9월 18일 충남 천안시 두정동 공수도 대표팀 훈련장에서 우렁찬 구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 사냥에 나서는 8명의 공수도 국가대표들은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선수 13명(훈련 파트너 선수 포함)에 감독, 코치까지 들어가면 더 이상 공간이 없을 만큼 비좁은 연습장이었지만 대표팀의 훈련 열기만큼은 천하를 호령할 만했다. 공수도 세계 최강국인 이란의 아미드 사피 코치의 지도 아래 선수들은 거친 호홉을 몰아쉬며 훈련에 열중했다.

이말수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장 인근에 2인1실로 원룸을 얻은 뒤 집과 훈련장만 오가는 고된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도는 '신사의 격투기'다.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필살기지만 절대로 실제 가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리지 않는 무술' 공수도는 타격 직전 5㎝ 앞에서 공격을 멈추어야 한다. 실제 가격으로 이어지면 반칙패까지 당할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운동이다.

공수도는 '바람의 파이터'로 알려진 최배달로 인해 유명세를 탔다. 황소 47마리와 대결해 4마리를 즉사시키고, 나머지 43마리의 뿔을 모두 꺾어버린 일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배달의 공수도는 상대방을 직접 타격하는 '극진공수도'며 아시안게임 종목 공수도는 상대방을 가격하지 않는 '정통 공수도'다.

1994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20년이 지났으며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호인을 두고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지만 국내에서 '정통 공수도'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운동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다른 종목처럼 민간 지원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아직까지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돼 있지 않다.

공수도는 고대 인도에서 기원해 중국과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오키나와에서 체계화된 뒤 전 세계로 전파됐다. 이 때문에 공수도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언어가 일본어로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이 종주국이기는 하지만 일본 전통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공수도에는 총 13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품새로 평가하는 '가타' 2개와 겨루기인 '구미테'에 11개 금메달이 걸려 있으며 구미테는 체급별로 여자 5개, 남자 6개 금메달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가타에는 출전하지 않으며, 구미테에는 국가별 쿼터에 따라 총 8명(여자 4명, 남자 4명)이 출전한다.

경기 시간은 남자의 경우 예선 3분, 메달 결정전 4분으로 구성되며 여자는 예선 2분, 메달 결정전 3분으로 구성된다. 점수는 주먹으로 머리, 얼굴, 목, 가슴, 배, 옆구리를 스킨터치(상대방 5㎝ 앞까지 가격)하면 1점, 발차기로 배와 옆구리를 스킨터치하면 2점, 상대를 넘겨서 주먹이나 발로 스킨터치하거나 돌려차기로 얼굴을 스킨터치하면 3점이다. 만약 상대방을 과도하게 타격할 경우 단계적으로 주의, 경고, 반칙주의, 반칙패를 당할 수 있다.

한국 선수 중에는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던 이지환, 김도원, 안태은 선수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아직까지 학교와 실업팀이 전무하며 한국체육대학, 국군체육부대마저 공수도 선수가 발붙일 곳이 없는 상황에서 전국 40여 개에 불과한 동네 공수도 체육관에서 선발된 선수들이다. 올해 24, 25세인 이지환, 김도원 선수는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금메달을 따야 하는 절박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전통의 강자 중동, 일본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두둑한 배짱과 근성으로 이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공수도 경기는 10월 2~4일 사흘간 열린다. 지난 4년간의 노력이 사흘간 최장 15분 안에 결판나게 된다.

남자 60㎏급에 출전할 예정인 이지환 선수는 "아직까지 한국팀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금메달을 딴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박승철 프리미엄부 기자·지도일 영상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