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기술- 21]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로운 것들이 있다. 연인이 그렇고 자가용이 그렇다. 극치의 황홀만큼이나 극도의 고통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연인이고,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하면서도 교통정체의 피로를 감당하게 하는 것이 자가용이다.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있음과 없음의 중간 경지에 머무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대개 그런 심오한 경지는 평범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텔레비전 역시 애증이 교차하는 대상이다. 지금의 30대와 40대는 '텔레비전 키즈'로 자랐다. 귀하디 귀한 흑백텔레비전을 구경하러 동네를 떠돌던 전 세대와는 달리 그 세대는 자기 집에서 편하게 컬러텔레비전을 감상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이 있었기에 평생 갈 일이 없는 세상마저 접할 수 있었고 결코 만날 일 없는 온갖 인간 군상에 대해서도 배웠다. 여전히 책이 권위를 누리는 시대를 살았지만 그래서 더욱 텔레비전에 대한 갈증은 깊었다. 책보다 텔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