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연세대경제대학원 특임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어렵고 앞으로의 여건마저 불확실할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정책의 신뢰성이란 `정부 당국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정책방향이나 계획을 그대로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각 경제주체들이 믿는다는 것을 뜻한다.

정책의 신뢰성 문제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합리적 기대가설에 따르면 각 경제주체들은 정부 당국 조치를 하나 하나의 독립된 행위로 간주하지 않고, 이들 행위에서 일관된 준칙(rule)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정책방향을 예측한 다음 자신들의 경제행위를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정책들 중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중요치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 통화정책만큼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정책은 찾기 힘들다. 통화정책은 다른 정책과는 달리 그 영향이 간접적이어서 경제주체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