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실기 뭐가 다를까
2016.03.31 15:30 l 표철민
[표철민의 창업플러스-31] 얼마 전 회사 소식을 듣다가 구글이 3월 새학기를 맞아 우리 서비스인 솜노트를 글로벌 구글 플레이에 추천하고자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당연히 참여했겠지?"하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아니란다. 왜 그랬냐 물으니 현재 우리 주력 제품은 테마키보드이고 모든 공력이 테마키보드에 들어가 있어서 솜노트로 일부 자원을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단다.
나는 수긍했지만 아쉬움은 가실 줄을 몰랐다. 몇 년 전 우리가 가열차게 솜노트를 만들 때, 얼마나 소원하고 갈망하던 글로벌 추천인가? 현재의 주력 제품이 아니라도 최소 수십만 다운로드와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내가 회사에 있었더라면 열일 제쳐놓고 밤을 새워서라도 구글의 요구 조건을 충족해 추천 앱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회사가 이번에 크게 실기(失機)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회사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이 밖에 있는 나보다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것일 테다. 그걸 이해하기에 더는 회사에 묻지 않고 그냥 솜노트의 제작자로서 개인적으로만 쓰린 속을 삼켰다.
회사에는 시시각각 다양한 기회들이 찾아온다. 요즘 멀리서 조언해주고 있는 모바일 꽃배달 스타트업 '비밀의화원'도 아주 보수적인 재정 운영을 하며 오랫동안 저비용으로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는데 그렇게 착실히 버티다 보니 요즘 좋은 제안들이 많이 들어온단다. 하여 한국에서 가장 큰 오픈마켓 중 하나와 꽃배달 카테고리 독점 입점도 하게 되었고, 국내 굴지의 카드사와 포인트 제휴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꾸준히 한 분야를 하며 버티고 있으면 어디에서 어떻게든 기회라는 것이 온다. 그러나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그 기회를 잘 잡는 팀도 있고 그냥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날리는 경우에는 앞서 위자드의 사례처럼 현재의 주력 사업과 달라 일부러 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재 회사에 꼭 필요한 기회인데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다른 엉뚱한 기회를 잡아 공력을 집중시키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기회가 왔을 때 이것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회를 잡을 때에도 우리같이 작은 회사에 큰 회사가 제안을 주었다고 덥석 모든 일을 도맡아 할 게 아니라 정말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제안인지, 나중에 다른 회사가 더 좋은 제안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제안인지를 잘 판단해 잡아야 한다.
회사에 예기치 않은 기회가 오고 이따금 실기하는 것과 같이 개인에게도 똑같이 다양한 기회가 찾아오고 또한 실기한다. 몇 년 전 우리 회사에 굉장한 기대와 함께 입사한 친구가 있었다. 포트폴리오가 아주 훌륭하고 자기 소개를 읽어보니 그 나이 또래 어느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실력보다는 포장을 더 잘하는 친구였다. 물론 실력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맡은 일을 곧잘 했지만 10이 주어지면 8, 9 정도만 해내는 친구였다. 그 정도면 보통 직원으로는 충분히 합격점이지만 입사 전부터 너무 큰 기대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적잖은 실망이 있었다.
그 친구는 1, 2년 후 퇴사했는데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 외주를 줄 일이 있어 내가 다시 찾았다. 업데이트된 포트폴리오에는 우리 회사에 있던 기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가 실제 성과보다 더 멋지게 포장되어 있었다. 우리는 같이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내가 다시 한번 받은 인상은 실망이었다.
그 친구는 포트폴리오만큼의 실력을 현실에서 보여주지 못했고 두 번 연속이었다. 한 번은 타이밍이나 환경이 안 맞아 그럴 수 있다고 하나 두 번 이상은 실력의 발현이다. 나는 아마 정말 인력이 달릴 때를 제외하곤 이제 그 친구를 찾지 않게 될 것이고 그 친구 입장에서 이는 철저히 실기한 것이다.
나는 사람이 프로로 살고자 하면 절대로 실기, 즉 기회를 잃거나 허투루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믿고 기회를 준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 곧 실기이다. 내가 어느 분야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로서 약속한 일을 약속한 때에 기대한 양질로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거절하는 편이 옳다.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끔 자신을 찾아와 제안을 하는 상대방에게 무조건 '오케이'부터 외치곤 한다. 그러나 막상 약속한 내용이 약속한 기간 안에 제공되지 않으면 내게 기회를 준 사람은 더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왜냐면 그건 단지 내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넘어서 상대방의 기회비용과 시간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제때 거절했더라면 상대는 다른 사람과 일해 더 나은 결과물을 받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이미 나는 모두의 시간과 기회를 앗아간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심은 절대로 프로의 덕목이 아니다. 내가 프로로서 내 브랜드를 깎아 먹을 만한 프로젝트라면 아무리 나를 믿어준 상대방에게 미안하더라도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결과물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거절한다는 명확한 이유만으로도 상대는 나에게 결코 나쁜 마음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상대에게 미안하다 말하기 어렵고 프로젝트에 욕심도 나서 내 상황이 온전치 않은데 일을 받고 보는 것이다. 그 경우 나에게 일을 준 사람, 나 자신, 그리고 내가 일을 받지 않았다면 내 일을 대신 받아 나보다 훨씬 더 나은 발전을 이루었을 다른 누군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회사든 개인이든 '실기'는 말 그대로 단순히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일은 거절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믿어준 상대에게 더 큰 신뢰를 살 수 있다. 그러면 그 상대는 나중에 나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크고 막중한 프로젝트를 제안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못할 것은 받지 말고 받은 것은 반드시 제때 제 품질로 완성해 제공해야 한다.
제일 큰 실기는 바로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일을 거절하지 못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나에게 갖고 있는 신뢰에 훼손을 주는 행위다. 신뢰에 의심이 가기 시작하면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으로부터 더 큰 프로젝트 기회를 얻기는커녕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도 부정적인 관심과 의구심을 받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크게 실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아니 프로는 거절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일해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프로다움을 느낀 유형은 일에 소요될 예상 일정을 시간 단위로 예상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 역시 시간 단위로 책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일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일의 분량 이야기를 듣고도 이게 얼마나 걸리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 일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실제로 많이 완결된 프로젝트를 작업해 보았어야 그 소요 시간과 비용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마추어들은 만들 줄은 알지만 의지만 강하고 자기 능력의 분명한 한계와 자신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면 나중에 높은 의지에 비해 일의 진척이 더디거나 자신의 한계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이내 도망가거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곤 한다.
하여 나는 회사든 개인이든 살면서 가끔씩 주어지는 큰 인생의 기회들을 잘 붙잡고 이를 통해 큰 성장과 성공을 누리려면 무엇보다 자기 능력의 명확한 한계와 자기가 일하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안다면 자기 능력이나 체력보다 과한 일은 처음부터 받지 않을 것이요 그 덕분에 나를 믿은 상대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불필요하게 무리해서 크게 도약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 사람에게 믿고 맡기면 그 사람은 자기가 맡기로 한 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끝낸다. 그리고 그 사람은 종종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평판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나 회사는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발전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회사든 개인이든 자기가 일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를 잘 이해해야 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실력이 덜한데도 나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그들에게 지불하는 사람들은 같은 값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실력과 보상의 불균형은 실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좌절감을 주고 더 나아지려는 향상심을 저해한다.
실력 본위의 보상은 실력이 낮은 사람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인이 된다. 세상은 점차 더 정보 비대칭에서 정보 대칭 시대로 변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번듯한 말이나 포트폴리오로 먹고사는 시대는 조만간 종말을 고할 것이다. 따라서 더 오래 프로로서 좋은 기회를 제안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대칭 시대에 내 시간 가격에 과도한 고평가나 저평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고평가는 실망을 낳고 저평가는 보다 높은 과제에 도전할 기회를 상실해 내 발전을 방해받는다.
그런 맥락에서 돌아보면 위자드웍스가 솜노트 글로벌 추천 기회를 거절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는지 모른다. 구글이 요청한 기간 내 해야 하는 업데이트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이를 위해 주력 제품의 업데이트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져 매출에 더 큰 악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 약속한 일정 안에 완벽한 제품을 제공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추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회사의 신뢰를 지키는 실리를 얻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회는 무엇이고 그 기회를 잃는 실기는 무엇인가 경영자는 잘 생각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지금 눈으로 보아서는 분명 기회인데 그것이 더 큰 실기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고, 지금 보아서는 분명 실기인데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 보면 그 덕에 회사가 더 큰 기회를 잡기도 한다. 따라서 인생사나 회사의 성공이나 상당 부분 새옹지마인 것 같다. 우리는 그때그때 혼신의 머리와 노력을 다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행동할 뿐, 그것을 실제로 연결하는 것은 하늘의 뜻인 것이다.
[표철민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상경·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나는 수긍했지만 아쉬움은 가실 줄을 몰랐다. 몇 년 전 우리가 가열차게 솜노트를 만들 때, 얼마나 소원하고 갈망하던 글로벌 추천인가? 현재의 주력 제품이 아니라도 최소 수십만 다운로드와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내가 회사에 있었더라면 열일 제쳐놓고 밤을 새워서라도 구글의 요구 조건을 충족해 추천 앱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회사가 이번에 크게 실기(失機)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회사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이 밖에 있는 나보다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것일 테다. 그걸 이해하기에 더는 회사에 묻지 않고 그냥 솜노트의 제작자로서 개인적으로만 쓰린 속을 삼켰다.
회사에는 시시각각 다양한 기회들이 찾아온다. 요즘 멀리서 조언해주고 있는 모바일 꽃배달 스타트업 '비밀의화원'도 아주 보수적인 재정 운영을 하며 오랫동안 저비용으로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는데 그렇게 착실히 버티다 보니 요즘 좋은 제안들이 많이 들어온단다. 하여 한국에서 가장 큰 오픈마켓 중 하나와 꽃배달 카테고리 독점 입점도 하게 되었고, 국내 굴지의 카드사와 포인트 제휴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회를 잡을 때에도 우리같이 작은 회사에 큰 회사가 제안을 주었다고 덥석 모든 일을 도맡아 할 게 아니라 정말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제안인지, 나중에 다른 회사가 더 좋은 제안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제안인지를 잘 판단해 잡아야 한다.
회사에 예기치 않은 기회가 오고 이따금 실기하는 것과 같이 개인에게도 똑같이 다양한 기회가 찾아오고 또한 실기한다. 몇 년 전 우리 회사에 굉장한 기대와 함께 입사한 친구가 있었다. 포트폴리오가 아주 훌륭하고 자기 소개를 읽어보니 그 나이 또래 어느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실력보다는 포장을 더 잘하는 친구였다. 물론 실력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맡은 일을 곧잘 했지만 10이 주어지면 8, 9 정도만 해내는 친구였다. 그 정도면 보통 직원으로는 충분히 합격점이지만 입사 전부터 너무 큰 기대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적잖은 실망이 있었다.
그 친구는 1, 2년 후 퇴사했는데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 외주를 줄 일이 있어 내가 다시 찾았다. 업데이트된 포트폴리오에는 우리 회사에 있던 기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가 실제 성과보다 더 멋지게 포장되어 있었다. 우리는 같이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내가 다시 한번 받은 인상은 실망이었다.
그 친구는 포트폴리오만큼의 실력을 현실에서 보여주지 못했고 두 번 연속이었다. 한 번은 타이밍이나 환경이 안 맞아 그럴 수 있다고 하나 두 번 이상은 실력의 발현이다. 나는 아마 정말 인력이 달릴 때를 제외하곤 이제 그 친구를 찾지 않게 될 것이고 그 친구 입장에서 이는 철저히 실기한 것이다.
나는 사람이 프로로 살고자 하면 절대로 실기, 즉 기회를 잃거나 허투루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믿고 기회를 준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 곧 실기이다. 내가 어느 분야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로서 약속한 일을 약속한 때에 기대한 양질로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거절하는 편이 옳다.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끔 자신을 찾아와 제안을 하는 상대방에게 무조건 '오케이'부터 외치곤 한다. 그러나 막상 약속한 내용이 약속한 기간 안에 제공되지 않으면 내게 기회를 준 사람은 더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왜냐면 그건 단지 내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넘어서 상대방의 기회비용과 시간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제때 거절했더라면 상대는 다른 사람과 일해 더 나은 결과물을 받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이미 나는 모두의 시간과 기회를 앗아간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심은 절대로 프로의 덕목이 아니다. 내가 프로로서 내 브랜드를 깎아 먹을 만한 프로젝트라면 아무리 나를 믿어준 상대방에게 미안하더라도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결과물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거절한다는 명확한 이유만으로도 상대는 나에게 결코 나쁜 마음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상대에게 미안하다 말하기 어렵고 프로젝트에 욕심도 나서 내 상황이 온전치 않은데 일을 받고 보는 것이다. 그 경우 나에게 일을 준 사람, 나 자신, 그리고 내가 일을 받지 않았다면 내 일을 대신 받아 나보다 훨씬 더 나은 발전을 이루었을 다른 누군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회사든 개인이든 '실기'는 말 그대로 단순히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일은 거절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믿어준 상대에게 더 큰 신뢰를 살 수 있다. 그러면 그 상대는 나중에 나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크고 막중한 프로젝트를 제안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못할 것은 받지 말고 받은 것은 반드시 제때 제 품질로 완성해 제공해야 한다.
제일 큰 실기는 바로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일을 거절하지 못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나에게 갖고 있는 신뢰에 훼손을 주는 행위다. 신뢰에 의심이 가기 시작하면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으로부터 더 큰 프로젝트 기회를 얻기는커녕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도 부정적인 관심과 의구심을 받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크게 실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아니 프로는 거절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일해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프로다움을 느낀 유형은 일에 소요될 예상 일정을 시간 단위로 예상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 역시 시간 단위로 책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일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일의 분량 이야기를 듣고도 이게 얼마나 걸리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 일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실제로 많이 완결된 프로젝트를 작업해 보았어야 그 소요 시간과 비용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마추어들은 만들 줄은 알지만 의지만 강하고 자기 능력의 분명한 한계와 자신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면 나중에 높은 의지에 비해 일의 진척이 더디거나 자신의 한계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이내 도망가거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곤 한다.
하여 나는 회사든 개인이든 살면서 가끔씩 주어지는 큰 인생의 기회들을 잘 붙잡고 이를 통해 큰 성장과 성공을 누리려면 무엇보다 자기 능력의 명확한 한계와 자기가 일하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안다면 자기 능력이나 체력보다 과한 일은 처음부터 받지 않을 것이요 그 덕분에 나를 믿은 상대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불필요하게 무리해서 크게 도약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 사람에게 믿고 맡기면 그 사람은 자기가 맡기로 한 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끝낸다. 그리고 그 사람은 종종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평판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나 회사는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발전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회사든 개인이든 자기가 일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를 잘 이해해야 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실력이 덜한데도 나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그들에게 지불하는 사람들은 같은 값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실력과 보상의 불균형은 실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좌절감을 주고 더 나아지려는 향상심을 저해한다.
실력 본위의 보상은 실력이 낮은 사람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인이 된다. 세상은 점차 더 정보 비대칭에서 정보 대칭 시대로 변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번듯한 말이나 포트폴리오로 먹고사는 시대는 조만간 종말을 고할 것이다. 따라서 더 오래 프로로서 좋은 기회를 제안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대칭 시대에 내 시간 가격에 과도한 고평가나 저평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고평가는 실망을 낳고 저평가는 보다 높은 과제에 도전할 기회를 상실해 내 발전을 방해받는다.
그런 맥락에서 돌아보면 위자드웍스가 솜노트 글로벌 추천 기회를 거절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는지 모른다. 구글이 요청한 기간 내 해야 하는 업데이트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이를 위해 주력 제품의 업데이트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져 매출에 더 큰 악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 약속한 일정 안에 완벽한 제품을 제공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추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회사의 신뢰를 지키는 실리를 얻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회는 무엇이고 그 기회를 잃는 실기는 무엇인가 경영자는 잘 생각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지금 눈으로 보아서는 분명 기회인데 그것이 더 큰 실기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고, 지금 보아서는 분명 실기인데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 보면 그 덕에 회사가 더 큰 기회를 잡기도 한다. 따라서 인생사나 회사의 성공이나 상당 부분 새옹지마인 것 같다. 우리는 그때그때 혼신의 머리와 노력을 다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행동할 뿐, 그것을 실제로 연결하는 것은 하늘의 뜻인 것이다.
[표철민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상경·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