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의 창업플러스-30] 최근에 어느 후배가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있다고 찾아왔다. 들어 보니 자신이 하려는 사업에 대해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어머니께 설명을 안 하게 되고 급기야 어머니를 피해 다닌다고 했다. 그래도 집안의 기대가 온통 이 친구에게 쏟아져 온 터라 가족의 지지 없이 창업 결정을 덜컥 하기는 어딘가 좀 불편하다고 했다.

　문득 내가 겪은 일이 떠올랐다. 요즘 부대에서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창업 교육을 해주고 있는데 이를 위해 내 옛날 자료들을 들춰 보다가 우연히 7년 전에 어머니께서 나에게 보낸 장문의 이메일을 발견했다. 당시 내가 스물다섯의 나이에 3억원의 회사 빚에 대한 연대보증을 선 상태였는데 추가로 5억원의 투자금에 대한 이해관계인 약정(보증보다는 약하지만 약간의 구속력이 있음)을 선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걱정이 되셨는지 내게 메일을 쓰신 것이었다. 그 편지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항상 선구자로서 길을 만들며 가야 하기에 많은 고통과 인내와 시행착오가 요구된다. 네가 그 길을 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날 때, 엄마는 네가 그런 길을 걷도록 놔둔 것이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남이 가는 쉬운 길로 갔으면 인생이 좀 더 편했을 텐데, 아마 너 자신도 그 길을 가면서 남모를 고군분투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 길에서 너는 네 이름 석자를 알리는 달콤한 명예욕을 맛봤을 테고, 수많은 사람의 질시와 다양한 종류의 갈등을 겪었을 게다.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고, 가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거다. 그런데 이 짧은 대화로는 네 상황을 다 파악할 수가 없어 고민이다. 너와 어제 한 대화에서 내가 들은 것이 걱정되어 엄마는 잠이 안 왔다.

　이번 5억원 투자에서 네가 대표이사 연대책임을 선다는데 그게 투자냐 아니면 차입이냐? 주식도 주면서 책임까지 지어야 하는 게 투자가 맞는 것이냐? 그리고 이미 3억원의 연대책임이 있다니! 작은 책임에서 시작해 점점 네 책임이 무거워지고 개인 빚도 눈덩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감당이 안 된다. 3억원이라면 어떻게 엄마가 집이라도 팔아 해결한다지만, 8억원은 도무지 방법이 없다. 물론 너는 위자드를 일으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인생이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같이 있으니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두어야 한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신경 쓸 거 많은 네게 엄마가 또 스트레스를 주었다면 미안하다. 그래도 엄마는 이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우리의 전 재산을 건 모험이니까 네 책임은 곧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고름이 시간 지난다고 살이 되지는 않는다. 정말 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면 허례허식과 남의 이목 등 따위로 작은 책임을 지기 위해 더 큰 책임을 떠안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네가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 엄마가'

　결국 나는 이 긴 메일에 다음날 짧게 답했다.

　'어머니, 너무 걱정 마세요. 연대보증 건은 제가 잘못 알았던 것 같습니다.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봤으나 연대보증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그 얘기는 우리 회사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받았거나 할 때 연대한다는 내용으로, 회사가 사업하다 잘 안된 것까지 연대해 책임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께서 확인하실 수 있도록 계약서 사본을 첨부합니다. - 철민'

　그렇게 답은 했지만 어떻게 어머니가 걱정이 안 됐겠는가? 스물다섯 철부지가 스스로 감당 못할 계약을 가족과 이렇다 할 상의 없이 진행하고 있었는데. 허나 당시 옆도 뒤도 안 보이고 오로지 앞만 보이던 어린 나로서는 가족의 걱정이 그저 괜한 걱정으로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훗날 실로 엄청난 책임이 수반되는 계약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나는 그저 '투자를 받는다'는 달콤함에만 취해 있었던 것이다. 그 이면에는 이제 직원들이 나가는 것도 내가 책임져야 하고,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며 회사가 망할 때까지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막대한 책임이 내게 주어진다는 것을 그때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몰랐지만 당신은 그런 투자 이후의 책임들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를 찾아온 후배의 어머니도 지금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계신 것이리라 짐작한다. 사실 내가 부모라도 자식이 어린 시절에 잘 모르면서 창업을 하고 월급도 주고 그러기 위해 빚도 진다고 하면 당연히 걱정부터 할 것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사업을 했기 때문에 이 일이 생각보다 얼마나 배고프고 힘든 일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라도 자식에게 추천하기 쉽지 않은 길이다. 부모님은 세상 누구보다 자식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이 큰 책임을 지고 힘든 길을 가야 하는 사업과 창업의 길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업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족을 비롯해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계획과 비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사업 성공을 위해서나 개인 행복을 위해 꼭 배우고 익혀야 할 중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렇다고 그들의 걱정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말아서는 아무런 삶의 진전도 이룰 수가 없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가족에게 솔직하고 정확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하는 편이 낫다고 믿는 것이다.

　대부분 가족이 정확하게 아는데 반대한다기보다는 내가 일부러 가족이 걱정할까 말을 잘 안 해주거나 아니면 귀찮아서 설명을 안 한 경우 또는 잔소리가 두려워 피하는 경우에 반대에 직면하는 것 같다. 진짜 내가 믿는 바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했는데도 나와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나를 위험과 책임으로부터 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 이를 애써 피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의이자 모두가 괜한 걱정과 고민 없이 각자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렇게 불충분한 정보로 인한 걱정이 줄어든다면 나와 가족 모두 조금은 더 행복한 일상을 누리며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를 찾아온 후배에게 어머니께 네가 하려는 일을 차라리 자세하게 설명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어머니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들이 곤경에 빠질까 두려움이 커서 걱정을 하시는 것일 테다.

　그런 어머니께 아들이 왜 창업을 결심했으며, 세상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어 이를 어떻게 개선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며 나는 그 어려움들을 어떻게 헤쳐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 그 고민을 해결하고 나면 나에게, 세상에게 어떤 보상과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에 대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솔직하게 말씀 드린다면 어머니도 훨씬 더 이해를 해주시지 않을까?

　나는 마지막으로 후배에게 덧붙였다. "어머니께 설명하고 설득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일이 네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인지 스스로 묻는 일인 것 같다"고. 만약 대답이 '예스'라면 고민할 나위 없이 대화해야만 한다. 대화가 두려워 피하거나 불편해 말을 않고 있으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걱정은 더 커져만 간다.

　내가 이것을 잘 못했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오랜 기간 걱정을 많이 했다. 스물다섯의 어린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짧은 이메일 답장이 아니라 어머니와 마주 앉아 밤이 늦도록 대화할 것이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나도 가족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결여돼 있는지, 내 한계는 무엇이고 내가 찾은 해법은 무엇인지 최대한 있는 그대로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지금도 물론 그들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지만 적어도 내 고민과 계획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같이 고민도 해주고 답을 직접 찾아주지는 못해도 내 편에 서서 깊이 응원해준다. 모두가 꿈의 공범이 돼 걱정은 하지만 같이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정도만 돼도 내 주변이 참으로 감사하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과거 나는 걱정을 불편하게 여기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 도망 다녔다면,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오해와 걱정을 낳고 나와 주변인들의 행복을 저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주변인들을 설득하고 최대한 잘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아직도 부족하고 하루아침에 잘될 리는 없지만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제법 잘 설득하고 걱정도 줄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평생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안 끼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예 더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우려 노력하는 편이 현명한 길이 아닐까? 나보다는 그 후배가 더 사려 깊으니까 부디 어머니를 잘 설득해 본인이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표철민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상경·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