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의 창업플러스-28] 얼마 전 외박을 나갔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가 면담을 요청했다. 만나보니 회사를 나갈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내부적으로 의견 갈등도 많고 무엇보다 '내가 계속 성장하고 있나?'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어느 구간에 다다른 것일 테다.

　처음에는 모든 게 다 배움이고 신기해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맨날 같은 일만 하고 있는 것 같고 예전 같은 배움이 없는 것 같은 상태. 회사 성장은 정체되고 나를 찾는 다른 재미난 곳은 많은데 왠지 이곳은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진 그런 상태.

　그런 상태를 나는 잘 안다.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멤버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도 똑같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같은 고민에 빠진다. 물론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더 오래 버티는 것일 뿐이며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내가 지금 여기서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을 한다. 대표가 스스로 생각하는 방향과 속도대로 회사가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고민은 계속 된다.

　직원들에게는 그런 상태가 왔을 때 회사를 떠날 자유가 있다. 공동창업자는 동료들에 대한 의리도 있고 포기해야 하는 지분도 있어서 그 자유가 제한될 수 있지만 창업 이후 들어온 멤버라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사장은 그런 멤버들이 나갈까 노심초사하고 특히 잘하는 직원이 배움의 속도가 떨어졌다며 고민 상담을 요청해 오면 대개 가슴이 철렁하곤 한다.

　내게도 앞서 말한 멤버는 그런 존재다. 우리 회사는 이미 창업한 지 10년 가까이 되었으므로 공동창업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지금 우리 회사에 그 친구는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여서 걱정이 많았다.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걱정하고, 그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최대한 더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 이후로 서너 차례 면회도 오고 다음 외박 때도 보고 하며 계속 이야기를 듣고 의견도 주곤 했다.

　그런 그 친구가 며칠 전 장문의 메일을 보내 왔다.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했단다. 회사에 자신이 필요한 것도 알고 앞으로 해나갈 일도 많다는 것을 알지만 더 큰 배움과 자극을 줄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말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차례 만나며 나로서는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온전히 그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설득할 뿐 강요할 수는 없다.

　그리고는 또 한 번 이런 생각이 났다. 이 친구는 나중에 다시 같이 일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보내주어야 한다고. 다른 회사에 가고 싶은 사람을 붙들고 싶다고 계속 설득해 붙잡아 놓으면 6개월, 1년은 붙잡아 놓을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같은 문제로 회의감에 빠지게 되어 있다.

　나는 벤처 생활을 오래 하면서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설사 설득되어 남는다 하더라도 1년을 넘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회사 멤버들 전체, 그 회사 기업문화가 송두리째 변하지 않는 한 그 멤버가 겪는 문제는 결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보는 관점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므로 결국 같은 문제로 고민하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다시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붙들고 말리지만 그럼에도 떠나고자 할 때는 애써 웃음 지으며 놓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친구도 다른 회사에 가서 다른 멤버들을 경험하고 다른 기업문화도 겪으며 우리 회사와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 우리 회사와 다른 회사를 비교할 수 있는 경험과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의 떡이 커 보이기 쉽다.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고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다른 멋진 회사들은 다 큰 로켓 같고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왠지 지금 다른 로켓에 올라타면 내가 더 많이 배울 것 같고 나중에 더 멋진 성공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우리 회사를 돌아보면 답답한 아이템과 별로 나에게 배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식상해진 문화에 대해 회의감만 들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가고 싶을 때는 실제로 가보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 가보면 그제서야 스스로 깨닫는다. 여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스타트업은 대부분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내부 갈등을 겪으며 다른 큰 회사에서 비슷한 무시도 받는다. 똑똑한 사람만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나보다 못한 사람이 들어와 비슷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전에는 없던 새로운 회사가 나타나 더 멋진 로켓이 되곤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느껴야만 한다. 내가 앉았던 자리가 그리 나쁘지 않은 자리였다는 것을. 그럼에도 회사를 나온 것을 후회할 필요는 없다. 내가 다른 회사에 왔기 때문에 깨닫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옮긴 회사가 당연히 전보다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저마다 다른 회사보다 잘난 구석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더 못난 구석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회사를 바라는 것은 그저 욕심이다. 그 욕심을 깨닫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느껴야만 한다.

　나는 그런 스스로의 깨달음이 회사를 나가서 다른 회사를 직접 겪으며 얻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 나가기로 결정을 했다면 그를 웃으며 보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 사람과 다시 오래 같이 일을 하고 싶다면 더 많이 야생으로, 험지로 마음껏 돌고 돌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원하는 모든 조직을 다 겪고, 그저 궁금해하던 미지의 분야와 업무를 다 경험하고 나서 다시 만나면 더는 혼란스러움을 겪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는 몸은 나와 함께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회사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요, 경험해 보지 않은 미지의 분야를 궁금해하느라 우리가 정작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부메랑 멀리 던지기'라 부른다. 내가 진정으로 같이 더 오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그가 다른 회사로, 다른 분야로, 다른 꿈을 가지고 떠나는 것을 크게 말리지 않는다. 당장은 자주 못 보고 같이 얼굴 맞대고 일을 못한다는 것이 몹시 슬프지만 그래도 운명과 시간의 힘으로 다시 몇 년이고 멀면 십여 년이라도 지나 다시 만나 일하게 될 때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서로의 경험이 월등히 쌓여 우리는 더 나은 작품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을 것이고, 궁금한 것은 이미 다 지나왔기에 무엇이든 더 집중해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회사는 없다는 것도 알고 우리 자신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마지막 퍼즐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메랑 멀리 던지기'를 통해 아쉬움 속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박수 치며 떠나 보낸 이들이 언젠가 시간차를 두고 다시 돌아와 같은 꿈을 꿀 때 나는 정말이지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멋진 이들과 일을 했고, 그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쓰린 가슴 숨기고 포옹하며 보냈던 과거의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것이다.

　하여 나는 오늘도 마음이 몹시 아프지만 좋은 친구가 작별을 고하는 것에 대하여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젊은 사장의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사람의 성장을 돕고 함께 더 빛날 후일을 도모하는 것. 이것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때문에 웃으며 행복하게 보내지 못한 너무 많은 슬픈 인연들이 있다.

　참으로 못났던 나의 어린 시절을 반성하며 그만큼 앞으로는 더 함께 하는 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저 같이 일하는 사장이 아닌 함께 같이 자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를 떠나는 또 한 명의 동료에게 아린 마음에 사랑을 담아 뜨거운 건투를 빈다.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상경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