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의 창업플러스-27] 가까이 지내는 회사 대표가 겪은 일이다.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회사 전화가 계속 울렸는데 회사에 버젓이 여러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 고객과 연결이 되었는데 회사가 문 닫았느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그 대표가 회사에 돌아와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 "제가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건지 몰랐어요"였단다. 받기 싫어서도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전화를 자신이 받아야 하는 것인지, 받을 권한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그 대표는 적잖이 당황해서 다음부터는 일단 전화를 받고 메모를 남겨놓으라고 했단다.

　나 역시 회사생활을 하며 수없이 많은 '당연한 것들'을 일일이 일러준 적이 많다. 이메일 작성법부터 사람을 만나면 명함을 어떻게 주고받아야 하는지, 인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경조사는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술자리 예절은 무엇인지까지 말이다. 이렇듯 너무나 당연한 것을 사장이 일일이 알려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첫 직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생활을 하며, 가정에서 전화나 인사 예절 정도는 충분히 익힐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시시콜콜한 부분도 기회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초년생을 둔 스타트업의 사장이라면 나는 그게 예절이든 에티켓이든 사소한 부분까지도 익히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 직원이 우리 회사에서 잘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회사의 기본 수준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그 직원은 평생 직장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잘 배우게 할 책임이 사장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나, 어느 회사에서나 같이 일하기 좋아하고 기본을 익힌 직원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나중에 그 직원도 첫 직장에서의 시간에 감사할 것이다. 또한 미래에 그 직원이 입사할 회사들에서도 첫 회사에서 좋은 직원을 성장시켜준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우리 회사의 평판도 같이 오를 것이다.

　사장이 직원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싫은 소리하기 싫어서 그냥 '알아서 하겠지' 하고 방조하거나, '지금 못해도 언젠가 익히겠지' 하고 그냥 두고 있으면 모두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그 직원을 위해서도 빨리 말해줘서 개선하는 것이 좋고 우리 회사를 위해서도 좋고, 고로 사장을 위해서도 좋다. 사회초년생들이 많은 회사일수록 사장이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물론 사장도 사회 경험이 없어 그들이 잘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 회사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중간관리자를 두는 것도 좋다. 다같이 초년생인 회사는 무언가 조직적으로 실수를 범하고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거나 그 모른다는 것조차 모를 가능성도 높다.

　분명 잘못한 것은 혼도 나고 더 잘할 방법에 대한 지침도 받고 해야 하는 곳이 첫 직장인데, 주위 직원들이나 사장으로부터 직장생활이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아무런 피드백도 받을 수 없다면 그곳은 실제 성장에 별로 도움을 되지 못하는 곳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젠가 지금 함께하는 사회초년생들이 떠났을 때 '첫 직장으로서 참 괜찮은 곳이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참 감사한 곳이었다'는 소회가 들게 하려면 사장이나 중간관리자들이 업무 처리나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정확하게 개선점을 짚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언젠가 시간의 힘으로 돌고 돌아 다시 함께 일할 기회라도 만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기분이 언짢게 헤어졌고 도움이 된 적 없는 사람이고 회사라면 다시는 같이 일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만다.

　물론 사적인 미움이 개입된 지적이면 당연히 안될 것이고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이크로 매니지(지나치게 귀찮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직원들의 다음 직장과 평생의 커리어를 위해 스타트업 사장은 어느 정도 인생학교의 교장 같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갓 나온, 또는 나온 지 얼마 안된 이들이 각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으로 더 고되게 일하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젊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상이기 때문이다(보상이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배상이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회사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사회초년생들은 학교를 벗어난 지 얼마 안되었고, 심지어 아직 학교에 적을 걸어두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무래도 익숙하다. 그런 그들이 회사에서도 학교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회사가 그네들의 성장에 정상적인 교육을 못 시키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고로 그들의 긴 삶에 큰 영향을 줄 첫 인생학교 학교장으로서는 영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과 함께 스타트업을 하는 사장들은 사장 그 자신의 경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누군가가 온 것이고 앞으로 평생 그들은 어딘가에 가서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나와 함께한 그들이 어디서든 존중받고, 찾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사회초년생인 그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사장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인 것이다.

　물론 거꾸로 성장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사장은 도우려고 한다. 더불어 회사를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야 사장은 그 직원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문제냐 하는 문제처럼 어렵지만 내가 독자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회사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을 싫어하는 사장은 결코 없다. 물론 그런 직원이 꼭 일도 잘하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일단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싫어하는 사장은 결코 없다고 나는 자부할 수 있다.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상경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