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리스크 관리 (1) 저작권 침해 장난아니네

2015.11.12 15:40 l 표철민

[표철민의 창업플러스-11] 위자드웍스를 대학교 2학년 마치고 창업한 관계로, 나는 휴학 연한이 지나 더 이상 휴학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2008년 학교로 돌아가 한동안 학업과 사업을 병행했다.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 오후에 회사를 가거나 오전에 회사에 있다가 오후에 학교를 가는 생활을 4년간 반복한 끝에 2012년 뒤늦게나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 시절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회사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수업 중이라도 나와서 전화를 받아보라는 문자가 왔다. 나가서 전화를 해보니 지금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다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경찰이 영장을 들고 들이닥쳐서 우리 회사 PC의 프로그램 등록 정보를 싹 복사해 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창업해 어도비사의 포토샵 프로그램을 대학 라이선스로 쓰고 있었는데 그게 화근이 되어 정품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는 회사로 의심돼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로부터 3개월 후에 소프트웨어 가격과 벌금까지 합해 8000만원을 물어주게 된다. 단속 이후에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게 되면 어떠한 에누리도 없이 어도비가 정한 정품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단속 이후에는 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를 대리하는 변호사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협상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실제 소프트웨어 벤더로부터 어떠한 구매 안내도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당시 청와대를 비롯해 여러 경로로 진정을 넣었음에도 에누리된 것은 제로였다. 새삼 글로벌 기업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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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큰 수업료를 치르고 난 후 우리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저작권만큼은 철저히 정품을 구매해 관리하고 있다. 다른 창업기업들은 창업 초기부터 자기가 보유한 라이선스를 잘 확인하고 사장부터 작은 투자로 큰 리스크를 피하려는 세심함을 기울인다면 우리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미리미리 사면 훨씬 싼 가격에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요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달로 소프트웨어를 구매가 아닌 임대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의 50~100분의 1 수준으로 도입이 가능해졌다. 당시 저작권 문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내가 잘못한 일이고 한편 임대 라이선스의 대중화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선단속 후합의로 짭짤한 수수료를 챙기던 변호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아주 고통스러웠다.

 한번은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사례가 있었다. 우리가 정당하게 서체(폰트) 라이선스를 구매해 우리가 개발하는 앱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3년쯤 지나서야 서체 회사들이 모바일용 라이선스를 새로 만든 것이다. 즉 같은 서체라도 과거 웹용 라이선스를 산 회사는 이제 따로 모바일용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해당 서체를 모바일 앱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라이선스가 당황스럽게도 이미 개발된 모바일 앱들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사실이었다. 즉 우리의 서체 사용이 합법이다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불법이 된 것이었다. 그 라이선스가 적용된 이후 여러 서체 회사들이 앞다투어 협상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우리로서는 나름대로 억울한 측면이 있는지라 그럼 우리는 아예 무료인 다른 서체로 전면 변경하겠다고 맞섰고 결국 합리적인 가격 수준에서 주요 서체 업체들과 협상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로서는 나름 선방을 한 것이었지만 서체 회사 입장에서는 모바일용 라이선스의 도입만으로 어쨌든 추가 수입을 얻게 된 것이니 충분히 원하는 바를 달성한 것이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나와 모두 득달같이 우리 회사 호주머니를 털어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때가 있다.

 요즘은 IT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소위 '오픈 이노베이션'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굳이 모든 소프트웨어 요소를 직접 만들지 않고 좋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 개발자가 소스 코드를 무료로 공개해 누구나 가져다 쓰고 추가 개발까지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이를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데 이 같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도 저마다의 라이선스가 있다. 영리 목적으로 사용 시 소스코드를 동일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 라이선스도 있고,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상업용이더라도 카피라이트에 사용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목록과 라이선스 상황을 양식대로 기재해 사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우리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솜노트에도 앱 도움말을 살펴보면 어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었는지와 해당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링크가 수록되어 있다. 만약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도 이를 사용했다는 표시를 안 했거나 영리 목적 사용의 라이선스 조항을 무시한 경우에는 업계로부터의 망신은 물론 개발자나 개발 커뮤니티로부터 소송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회사가 투자 유치나 실적보고, 영업이나 사업제안 등을 위해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료를 자주 만들곤 하는데 여기 넣는 사진 하나하나도 다 저작권을 확인해야 한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나온 사진을 발표자료에 붙여 넣는 경우는 무단 전제에 해당하고 설사 출처를 밝힌다 하더라도 원권리자의 허락을 득하지 않았으므로 무단 사용에 해당된다. 따라서 대중에 공개되는 자료에는 직접 찍는 사진을 사용하거나 사진 한 장 한 장을 모두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회사 홈페이지 사진 역시 저작권이 확보된 사진만 올리도록 하고 우리 회사 기사도 무단으로 전제해 회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리면 안 된다. 우리 회사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기사의 권리는 언론사에 있으므로 회사 홈페이지에는 간단히 어떤 내용인지만 소개하고 기사 전문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아웃링크 형태로 유도해야 저작권 침해가 안 된다.

 저작권 침해는 전사적으로 미리부터 교육이 잘되어 있어야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는다. 가까운 벤처 중 하나가 작년에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인턴들이 타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는데 인용당한 회사가 사진 한 장당 80만원씩 총 1억원 가까운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소송당한 회사는 자사 인턴이 남의 사진을 퍼와서 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지루한 합의 과정을 거쳐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소송을 철회할 수 있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저작권은 결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사장이 신경 쓰지 않을 경우 사내 누군가는 이를 어기고 나중에 회사에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